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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간절하면 오히려 멀어진다

초연하라, 그뿐이다

by 이서


빛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빛이 파동의 성질을 가진 것인지, 아니면 입자의 성질을 가진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이 수수께끼를 풀려했다.


인간은 어떻게든 답을 찾아낸다. 다양한 실험 끝에, 결론이 나왔다. 참으로 기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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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파동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하다.


이게 조금 어려운데(사실 나도 잘 이해가 안 간다), 빛이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에너지의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광자라는 작은 알갱이 혹은 입자처럼 행동하기도 한다고 과학자들이 결론 내려주었다. (그 둘은 아예 다른 성질인데도? O_O) 이른바 '빛의 이중성'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빛을 관찰하는 우리 자신의 행위가 빛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빛을 관찰할 때는 입자처럼 행동하고, 관찰하지 않을 때는 파동처럼 퍼져 나간다. 즉, 관찰자의 의식이 빛의 성격 그 자체를 바꿔 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 결과를 알게 되었을 때 그야말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내려봤다.

빛이, 우주 만물이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우리의 인생도 결국 똑같은 것 아닐까.


인간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한 태도다. 이 창백한 푸른 점 위의 인간도 결국 우주의 일부, 우주가 동작하는 방식과 인간의 삶이 다를 바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


이루어지길 바라고, 기도하고, 신께 간절히 읍소한다. 이른바 ‘기복'을 하는 것인데, 이게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빛에 대한 실험 결과와 같은 개념으로 유추해 보면, 우리 의지는,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은 혹시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간절함은 집착을 낳고, 그 집착은 강력한 에너지 파장을 만든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너무나 절실히 원할 때, 우리의 마음은 엄청난 힘으로 그 대상을 붙잡으려 한다. 이 간절함의 에너지는 우주를 향해 "나에게 이것이 필요해! 나는 이것이 없어서 불완전해!"라는 강한 진동을 보낸다. 마치 빛을 관찰하고 영향을 주는 듯 말이다. 빛의 이중성처럼 이 강렬한 관찰과 집착의 파장은 오히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파동이 입자로 바뀌듯. 미리 결정되어 있는 시간선의 철로를 변경하는 것이다.


극도로 싫어하고 피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의 법칙이 적용된다. '제발 이 일만은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두려움에 떨며 온 신경을 집중한다. 이 부정적인 에너지 또한 강력한 파장을 일으킨다. 우리가 피하려 애쓰는 에너지가 그 대상을 계속 붙잡아 두어, 결국 우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내 주변에서 현실로 나타나게 만든다.


결국 간절함이든 극도의 두려움이든, 강한 의식의 집중은 모두 현실을 왜곡하는 에너지 혹은 파장인 것이다. 빛을 관찰하여 그 성격을 바꿔버리는 행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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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우리가 삶에서 언제나 초연함이라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원하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싫어하는 것에 도망치려 발버둥 치지 않는 마음의 태도가 중요하다. 그저 모든 것을 '그러려니' 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길 때, 비로소 간절함과 집착이 만든 왜곡된 파장이 사라진다. 파장이 사라지고 에너지가 잠잠해지면, 모든 일은 본래의 모습대로 제자리를 찾아오게 된다. (이거 어째 또 불교로 이야기가 흐르는 듯하군. 구시렁구시렁)


앞서 실험 결과로 이야기한 것처럼,

입자이든 파동이든 빛은 결국 순리대로 흐른다.

그러니 굳이 관찰하여 영향을 줄 필요는 없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간절히 원하여 밀어내기보다는, 그저 담담하고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그러니.

집착하지 말라.


그저 흘려보내라.


그뿐이다.




이서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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