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많이 들어봤다. '렌트'. 굉장히 오래된 작품인 것 같은데.
199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고난을 그린 작품이다. 8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각각 에이즈(AIDS)와 가난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 삶의 가치를 찾아 고군분투한다. 특이하게도, 록(Rock) 음악을 기반으로 한 '록 오페라' 형식이다.
코엑스 아티움을 방문했다.
교통이 편리하다.
접근성이 좋다.
오늘의 캐스팅
'엔젤'역의 조권은 내가 아는 아이돌 출신 그분인 것 같다.
극이 시작되었다.
어렵다.
솔직히 고백한다. 인터미션 전까지 나는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이해력이 떨어지는 걸 수도 있다. 가사도 들리지 않고, 도대체 이야기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더라. 일반적인 기승전결 식의 구조가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이 8명으로 많고,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분절적이고 빽빽하게 전개되어 산만하다. 나처럼 줄거리를 모르고 처음 관람하는 관객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난감하다. 차분히 감정을 느끼고 생각할 틈이 없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서사 구조가 아니라, 다수의 캐릭터 중심에 에피소드 나열로 전체 극이 진행되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한 인물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복잡한 캐릭터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다. 나는 누가 누구와 어떤 관계인지, 지금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많이 난처했다.)
그래서, '전체를 이해하려면 여러 번 봐야 한다'는 관람평이 많던데, 나는 이 작품을 두 번 세 번 관람하고 싶진 않다.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른 작품들을 즐기고 싶다. (이것도 어려운 고전 소설처럼, 공부하듯 봐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좀 곤란한데.)
쉴 새 없이 노래든 춤이든 대사든 8명(혹은 더 많이)이 동시에 뭔가를 한다. 주연이 노래하는데 앙상블이 대사를 소리친다던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여러 주인공이 동시에 노래하고 대사를 이야기하니, 목소리가 겹쳐 전달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대환장의 오버랩. 게다가 록(Rock) 기반의 음악이 주로 연주되다 보니 강하고 볼륨이 큰 상태에서 노래와 대사가 진행되니 당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무대를 활용하는 방식이 아쉽다. 여기가 어디를 말하는 건지, 중간중간 도무지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저예산임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지금 연기자가 있는 무대 배경이 어디인지' 나는 알고 싶었다. 최근 본 '어쩌면 해 피엔딩'도 비슷한 배경의 저예산이었지만, 그 작품은 직관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어디인지 알 수 있었던 것과 비교된다.
이 작품이 칭송받는 건, 아무래도 1996년 초연 당시, 토니상을 수상한 이력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수상이 이해가 간다.
90년대 당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던 브로드웨이 시장에서, 록, R&B, 탱고 등을 과감하게 도입한 파격적인 음악 스타일(록 뮤지컬)로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원래 늘, 기존의 틀을 깬, 신선한 것이 조명받는 법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대형 뮤지컬 제작비의 10%도 안 되는 저예산 독립 프로덕션으로 시작해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언더독의 반란이다.
또한, 당시 보수적인 브로드웨이에서 에이즈(AIDS), 동성애, 마약, 가난한 예술가의 삶 등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던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1990년대 젊은 세대에게 폭발적인 공감을 받았던 사회적 배경이 컸으리라. 한마디로 '시대정신'에 부합한 것이다.
이런 이유들 덕분에 토니상을 수상한 것 같은데, 수상과는 별개로 작품 자체는 관람객 입장에서 여러모로 까다롭고 난해한 작품이다. '진입장벽이 높다'라고 표현하면 적절하려나.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작품, 혹시 '행위예술'이나 '현대미술'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아 잘 모르겠다. 어렵구나.
덕분에 새로운 작품 스타일을 접할 수 있었다.
예술이란 참으로 알면서도 모르겠는 것.
오늘도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