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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의 마음 Dec 12. 2023

까미노를 걸으며 만난 사람들 2

오십을 바라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한국에서 온 한 씨 아저씨

한국에서 온 한 씨 아저씨를 처음 만난 것은 Torres del Rio에서의 저녁 식사시간이었다. 보통은 Los Arcos까지 21km 정도를 걷고 멈추지만 난 그다음 날 걷는 길이 길 것 같아 8 km  정도를 더 걸었던 날이다.


Torres del Rio는 굉장히 작은 마을이었고 머물런던 알베르게는 주방시설이 전혀 없었기에 마을의 유일한 레스토랑에서 순례자 저녁을 신청해서 먹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부부와 미국인 아저씨, 스피치 테라피스트로 일한다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레이첼 아줌마, 나 그리고 한 씨 아저씨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날 그 마을에 머물렀던 순례자 전부인 듯했다.


한 씨 아저씨는 올해 자신이 72세이고 한국에서 택시 운전을 하시는데 올해 회사를 바꾸면서 1 달이 좀 넘는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산티아고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하셨다. 번역기를 사용하여 한국말을 하시면 번역기에 영어로 나와 다른 이들이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은 3년 전에 삭도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완쾌되셨다고 하신다. 몸무게가 20킬로그램 이상 빠지셨다며 수술했을 때 사진과 그 이전 사진들을 보여 주시며  자신은 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한 씨 아저씨를 보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인들과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고 또 다른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시니 번역기를 통해 다른 분들이 이야기하게 해서 그들의 말도 이해하신다.


참 기술의 발전이 놀라웠고 그 기술을 사용해서 소통하시는 한 씨 아저씨가 대단해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인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배우셨다고 하셨다.  


왜 이 길을 걷게 되셨어요?라는 묻자 아저씨는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고 하니 내 부인, 자식 그리고 친구들까지 내가 미쳤다고 했어. 왜 가서 고생하려고 하냐고… 그런데 난 이 길을 그전부터 그냥 걷고 싶었거든  그래서 왔어.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죽기 전에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도 해 봐야 되지 않겠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내겐 이 길을 걷는 것이 고생이 아니고 기쁨이거든”


한 씨 아저씨의 말씀을 들으니 왠지 자식들을 위해서 평생 희생하신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생각났다. “평생 자식들 위해 가족들 위해 희생하면서 살았는데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다른 사람들 눈치 안 보고 하나쯤은 해 봐야 하지 않겠어 ”라고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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