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 스토리
개꾸.
아꿍이의 첫 이름은 개꾸였다.
개를 키워본 일이 없는 우리집 식구들은
손바닥만 하던 강아지에게서도 개냄새가 난다며 만지고 나면 손을 씻기 일쑤였다.
(하루 종일 끌어안고 뒹굴 수 있는 지금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아무튼,
그래서 개 꾸렁내가 난다며 동생이 지은 이름이 개꾸였다.
첫 접종을 위해 찾아간 동물병원,
간호사가 이름을 물었다.
‘우리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개꾸요.’
‘네?’
‘개.꾸.’
‘어머, 이름이 웃기네. 왜 개꾸라고 지었어요?’
막상 대답하려니 목소리가 모기소리만큼 작아진다.
‘..개꾸렁내가 나서 개꾸에요’
‘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리 개라도 이제 우리 식구인데 이름을 너무 대충 지었다!
물밀듯 밀려오는 미안함.
품에 안긴 작은 강아지가 괜스레 더 애처롭다.
후다닥 집으로 뛰어들어가 웃지 못할 이야기를 전하자
가족들은 잠시 미안해했다.
그렇게 어물쩍 지나갔던 그날 이후.
엄마가 개꾸의 이름을 다양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개꾸도 아니고 깨꾸도 아니고 뭐라고? 아꿍이?
개꾸라고 부르기에 못내 마음에 걸렸나 보다.
정체 모를 이름을 부르던 엄마는 마침내 개꾸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아꿍이.
이렇게 이름에 얽힌 슬픈 사연을 가진 아꿍이가 지금은 우리집 최다 애칭의 소유자가 되었다.
까꿍이, 따꽁이, 우리 꿍꿍이 무슨 꿍꿍이, 뚠뚠이, 김애꿍.
지금 생각해보면 혼란스러웠을 텐데 그래도 다 자긴 줄 알고 알아듣는다.
신통방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