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TOKYO
그 옛날 뭣 모르고 동대문에서 샀던 스투시 짝퉁 파카 때문에 나에겐 스투시가 더 익숙했었지 슈프림 하면 짝퉁 티셔츠나 스투시와 궤를 같이하는 미국발 스트리트웨어라 생각해 왔다. 한 동안 잊고 지냈던 게 맞다. 공부 안 하고 몰려다니면서 맨날 스케이트보드 타는 애들이 입던 옷이 지금은 스트리트 웨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여타 다른 명품 브랜드와 견주어 밀리지 않는 브랜드 파워를 키워오게 된 차이는 무얼까. 흔히들 성공한 사람들이 입는 명품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른 방법으로 명품 대열에 올랐다고 하면 맞을까. 길거리 브랜드라는 본연의 의식 답게 사실 런던 - 베를린 - 도쿄로 이어오며 힙한 젊은이들이 모이는 골목의 벽면에 어김없이 붙어있던 저 포스터는 그 모든 걸 다 말해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포스터의 주인공인 영국의 뮤지션 모리세이와 촬영 이후 생긴 분쟁에도 상관없이 포스터를 붙여버리는 쿨내. 요란스럽게 마케팅하지 않고 자기 내들이 하고 싶은 것과 보이고 싶은 것만 일관되게 보여주는 집착. 상상치 못했던 유명인과 매 시즌 진행되는 캠페인도 그렇지만 그야말로 슈프림이 원하는 브랜드면 주저 않고 슈프림의 로고를 박아내고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신속히 만들어내는 그 단순하고 쿨한 이미지는 모든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이유이자 전 세계 수많은 리셀러들이 밥을 먹고살 수 있게 하는 가장 적극적인 수단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도쿄에는 슈프림 매장이 3개나 존재한다는 것을 (일본 전체로는 6개이다). 전 세계 10개밖에 매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슈프림이지만 유독 도쿄와 일본에 관대한 이유는 무얼지 싶기도 하다. 서로 간의 집착을 알아본게 아니라면.
글. 사진 by Jin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