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TOKYO
돌이켜 보면 나에게 도쿄는 밝은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깊은 의미라기보다, 해가 질 무렵부터 여행을 거의 시작했기 때문인데. 이유인즉슨 숙소에서 새벽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않았)고 (런던과 베를린에 완벽하게 적응된 시차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그를 핑계로 정말 오랜만에 늦잠을 마음껏 부릴 수 있었던 게 크다. 사실 혼자 여행할 때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어느 의무감에서부터의 해방이 제일 크지 않나. 다른 사람의 눈치 없이 마음대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그토록 바라왔던 일중에 하나다. 반대로 30년 동안 어떻게 보면 가장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일이기도 하고. 이번 여행에서 나의 시간 활용 능력은 거의 시간계획표를 그렸던 초등학생 때보다 못했지 않았나 싶다.
불가 한 달 전 회사에서 분, 초를 다투며 일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던 내가. 도쿄 여행 말미에는 다음날 목적지를 정해 동선 짜는 게 어느덧 하루에 가장 크고 어려운 일이 돼버린 어색한 나와 마주해 있었다. 일상의 수동성에 젖어있던 탓인지 나의 천성이 원래 그래 왔던 것인지.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해가 뜨면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여행은 과연 옳은 여행인지. 목적 없이 방황하는 여행의 대가는 무엇인지. 그렇게 낮동안 누리지 못했던 밤의 도쿄를 만회하듯 걸어 다니는 동안에도 야속한 도쿄의 시간들은 끝을 향해 정확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글. 사진 by Jinook
Tokyo 편 마침.
Shanghai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