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SHANGHAI
하루 종일 상해 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와이탄 거리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상해란 도시의 처음과 끝이라고 생각되는 이곳. 옛 상해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와이탄 거리도 거리지만 마치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의 끝을 보여주는 맞은편 푸동지구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도시여행 리스트에 상해를 제일 처음에 넣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인생영화 'Her'에서 미래 도시의 배경으로 나왔다는 것 때문이다.
영화 배경이 상해 올로케는 아니었고 LA에서도 병행하여 찍었다고는 하나 다분히 미국적인 영화의 배경을 상해로 선택한 이유는 무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다른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신선함과 뉴욕만큼의 화려함을 간직한 마천루들은 그 만으로도 충분했을 거라 짐작했지만 직접 와보니 막상 밤에는 건너편에서 본 화려함과 달리 텅텅 비어버린 도시 모습이 그들에게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상해 온 김에 야경을 끝을 찍어보잔 생각이 들어 폐장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상하이 무역센터 전망대로 향했다. 그 길을 가던 내내 앞에 사방에 펼쳐진 빌딩의 높이와 웅장함에 절로 무뤂을 꿇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마치 거대한 자본 앞에서 한 개인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려주려는 듯 감히 담을 수 없는 높이들이 펼쳐졌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100층에 도달한 빌딩의 전망대에 서니 황홀경이 시작되었다. 강 건너 옛 상해의 얼굴을 하고 있는 와이탄 거리와 당장에라도 발 밑에 닿을 듯 화려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지금의 상해가 세대를 가로질러 마주하고 있는 장면 말이다. 그 자체로 흐르는 시간의 위대함을 말해주는 동시에 현재에 존재하게 해주는 일이었다.
글. 사진 by Jin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