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SHANGHAI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20일간의 도시여행. 그렇게 서른살에 떠난 도시여행에서 느낀 건 빠르게 바뀌는 흐름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들은 반드시 소신을 가지고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언어건 음식이건 건축양식이 되었건 하나의 문화라는 틀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에.
런던 여행 당시 10년간 런던에 살면서 건축회사에 다니는 사촌누나와도 한 날 돌아다녔는데. 길거리에 한창 외벽만 남긴 채 공사 중인 건물을 보면서 말했다. 저 앞모습 빼고 뒤로는 다 부셔서 다시 짓는 거란다. 건축에 문외한인 내가 생각해도 무에서 유를 지어 올리는 게 편하지 기존 골격을 수정해서 짓는 건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 않을까 생각됐다. 외벽까지 부수지 않는 이유는 주변의 건물과의 조화를 생각했겠고, 그게 런던만의 아이덴티티라 간직하고 싶어서겠지.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도시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시선을 던져 주는 일이라 생각했다. 변화를 일으키되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내는. 어쩌면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걸 수도 있겠다.
폐허와 같은 건물들이 가득한 베를린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래고, 우리나라처럼 한번 시내의 모습을 갈아엎은 도쿄에서는 도시의 외형보다 내형에 가까운 그들의 수준 높은 문화를 지키고 있었다. 'Origin'이 어디꺼냐는 이미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 'Origin'을 뛰어넘어 제 목소리를 낸 지 오래였고 무엇보다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끝까지 지지해주는 소비층과 고집 것 생산해내는 기술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문화들이었다. 상해는 과도기 초반에 있던 우리 모습과 비슷했고 외세 압력에 의해 개항한 항구도시 답게 이국적인 풍경을 바탕으로 또한 상해만의 문화가 적절히 믹스드 되가고 있는 모습이지 않았을까.
이제 완전히 새로운 것도 완전히 진부한 것도 없는 시대 한가운데 서있는 듯하다. 진부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새롭게 재탄생되기도 하고 또 그렇게 따지고 보면 새로운 것들도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비틀어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중요한건 그 시선들을 던지는 이야기가 아닐지 싶다.
글. 사진 by Jinook
Shanghai 편 마침
Seoul (Epilogue)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