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TOKYO
도쿄 숙소는 처음으로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예약을 하고 갔다. 개인룸을 쓰면서도 적당한 가격을 찾다 보니 시부야 근처 사쿠라 신미치 역에 있는 쉐어 하우스를 발견했고 시설 또한 깔끔하여 주저 없이 예약하였다. 사실상 대부분의 에어비엔비처럼 호스트가 직접 나와 반기는 곳은 아니었고, 반기는 척 입실 며칠 전에 도어락 비번과 각 방의 자물쇠 비밀번호를 비밀리에 가르쳐주는 형식이었다. 역시 일본스러움의 일부였을지. 어차피 모든 사람들에게 그럴 거면 당일날 자기가 시간이 안되다는 뻔한 핑계는 평점을 위한 제스처였을까. 덕분에 숙소에 도착해서 일본 가정식 집을 묵었는데 단 1미리도 쓸데없는 공간 없이 콤팩트 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었다. 하루에 한번 청소하시는 분만 와서 정리하고 가시는 무인 쉐어하우스의 개념이었는데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었다.
다행히 숙소 안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나이스 한 친구 들이었다. 홍콩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는 중국인 엘리스랑 사실상 제일 친하게 지냈는데 영어는 못했지만 눈치코치것 내가 넉살스레 바디 랭기쥐를 시도했기 때문에 간단한 의사소통은 어렵지 않았다. 역시나 한국 드라마 칭찬을 하며 서울에 꽤나 3-4번 왔었다고 했다. 보통 혼자 거실에 나와서 책보거나 TV를 보거나 했던 그녀였기에 항상 밥 먹을 때마다 얘기를 나누었지. 나는 혼자 햇반에 카레 뿌려먹으면서 간단하게 끼니 때우곤 했는데. 언젠가 애가 한 번 끓여준 중국식 국물에 여행의 피로도 외로움도 모두 날아가더라.
어딘지 모르게 왜소해서 동생 같은 느낌이었던 호주에서 온 미구엘이란 친구는 나름 팝핀 댄서였었다. 같은 시기에 감기에 걸렸기에 각자의 방에서 기침을 쿨럭 대면서 서로 무언의 안부 아닌 안부를 주고받았던. 내성적인 성격에 말수는 별로 없었지만 정이 느껴졌던 친구. 역시나 작년에 대회 참가를 위해 서울을 왔다던데. 다음에 오면 연락 꼭 하라 했지. 꽤나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던 브라질산 마르셀로도 거의 떠날 때쯤 대서야 이래저래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아시아 여행 도는 거였는데 그 마지막 도시가 도쿄라고 하더라. 그리곤 방콕에서 친구들이랑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거의 한 달 넘게 있었다 했다. 서울엔 왜 안 왔냐고 다음엔 꼭 오라며 기승전서울 칭찬을 했지. '두유노우지성팍' 같은 한국인 티 내기 안 하려 했는데 나가면 어쩔 수 없더라. 브라질 하면 축구니 축구 얘기 꽤나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나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 이야기를 빼먹지 않으며.
외에도 짧은 날 같이 했던 친구들까지 모두 사실상 학생은 모두 없었고 나처럼 직장을 쉬어 가며 왔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친구들 그래서 뭔가 각자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엇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친구들이었다. 오히려 주인이 없어서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1층에서 이래저래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마저도 소름 돋는 일본인 호스트의 배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도쿄에 다시 오거나 다른 나라에 간다면 꼭 한번 다시 쉐어하우스에 가보리라. 인생에서 어쩌면 한 번 마주칠 만한 인연이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고 가슴 한켠 먹먹해지는 그들을 만나러.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러.
글. 사진 by Jin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