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SHANGHAI
다이캉루라 불리는 곳에 와보니 그때의 기억들에 와있는 듯 해. 아무리 커피를 파는 곳이 한글로 쓰여있다 한들 찻잔이 더 어울리던 그 곳. 좁은 골목골목 구석구석 옛것이라 부르는 세련된 풍경들 사이로 배낭을 멘 외국인들과 어딘지 젊은 커플들과 때때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 지금의 감수성들을 이끌어준 건 8할이 너였다고.
그렇게 흘렀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집시들이 뒤를 노리는 그곳에서, 우린 매 정시마다 정신없이 반짝거리는 거대한 철탑을 앞에 두고 잔디 밭에 앉아 끊어졌던 시간들을 거슬렀어. 뜬금없이 서울에서 연락한 나에게 적잖이 놀랐을 너였겠지만 받아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졌던 너였다고. 그렇게 손을 잡는 게 맞았지만 끝끝내 손을 잡지 않았던 그곳의 마지막 날 오후 공원에서, 긴 머리카락 사이로 연신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렇다는 빨개진 눈을 뒤로하고. 그렇게 또 혼자 외로운 여행을 떠났지 아마도 너처럼.
글. 사진 by Jin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