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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Nov 17. 2015

딱 한 기능에 충실한 앱이 성공한다

One vs Everything

App Functionality 


'미국에 밴드를 가져갔을때 특징과 기능이 너무 많아 사람들은 제품을 보고 어떻게 써야할지 몰랐죠. 미국에 신참으로 왔을때에 제품은 한가지 강한 핵심 기능을 보여줘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밴드를 소개하는 임무를 맡은 캠프모바일 지사장 김도연씨의 얘기다. 


한국에서는 인기가 많은 밴드가 미국에서는 실패했다. 

공동작업, 대화, 파일 공유, 일정 공유 등 그룹활동에 있어서 필요한 모든 기능을 탑재한 밴드는, 미국 사용자들에게는 GroupMe, Venmo, Tilt, Dropbox 같은 한가지 서비스를 완벽하게 구현해주는 서비스들에게 밀린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이와같이 한가지 기능에 충실한 앱에 집착한다. 전에 얘기한 앱의 효율과도 연관이 있다. 


이 한가지 기능에 집착하는 현상은 2014년에 히트친 Yo 라는 앱에서 말도 안되는 절정을 친다. Yo는 단 한가지 기능 밖에 없다. 친구에게 Yo (한국말로는 '야'와 비슷) 라고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다. 끝. 


Yo


탄생 배경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에서 개발자가 상사로부터 터치 한번으로 직원을 부를 수 있는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불과 8시간 만에 만들었다고 한다. 초간단한 기능과 어이 없는 재미로 순식간에 엄청난 유저를 모은 Yo는 15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고 100억대의 가치로 평가 받았다. 


물론 Yo 는 지금 잠잠하고 그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받기가 조금 더 쉬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가지 기능만 보여주는 앱이 100억대 가치로 평가되는건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사례이다. 이 외에도 Lo 라는 앱은 자기 위치를 공유해주며, 1minLate 라는 앱은 약속에 늦을때 자동으로 친구들에게 메세지를 보내준다. 


각 나라의 대표 채팅 앱도 비교해보자. 한국은 카카오톡 이다. 카카오톡은 사실 이제 그냥 채팅 앱이 아니다. 앱 안에서 뉴스도 보고, 쇼핑도 하고, 선물도 사고 보내고, 만화, 게임, 결제... 정말 못하는게 없다. 



미국은 사실 '대표' 채팅 앱은 없는 상황이지만, 대체적으로 Facebook Messenger 와 Whatsapp 이 쎄다. 이 두 앱 모두 채팅과 전화 밖에 못한다. 쇼핑, 게임, 결제... 이런 기능은 넣을 생각도 없을 것이다.


한국식으로 보면 기능이 한정적인 것이며 미국식으로 보면 한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Facebook Messenger 같은 경우 페이스북 시스템에 내제되어 있어 추가적인 기능이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Facebook 이라는 SNS 의 대화 수단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다고 보는게 맞을듯 하다. 카카오톡은 채팅 앱이 SNS 으로 확장 하려고 하는 반대 케이스다. 


이런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보여주는 또 한가지 대표적인 예는 Naver vs Google 이다. 


Naver.com 들어가면 뭐가 엄청 많다: 뉴스, 블로그, 카페, 쇼핑, 웹툰, 게임, 음악... 한마디로 없는게 없다. 



Google.com 들어가면 딱 하나 있다: 검색창.

(네이버 vs 구글 문제는 나중에 다시 깊게 파고들고 싶었는데, 아직도 Hot 한 조성문님의 글이 있기에 따로 다루지 않겠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한가지 서비스내에서 편리성을 추구한다. 미국에서는 한가지 기능에 충실한 여러 앱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다. 어느것이 옳다고는 보기 힘들겠다.


왜 그럴까? 몇가지 이유가 생각난다.


하나는 아까 얘기 했듯이 미국은 인터넷이 비교적 느리고 자주 끊긴다. 여러가지 기능을 탑재해 느리고 무거운 앱이 되는것 보다 간단/심플하고 빠른 효율적인 앱이 성공한다. 하나를 잘 하는 앱을 여럿 사용하는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두번째는 내 생활에 대한 특정 회사의 독점을 막기 위함인 것 같다. 한 서비스를 통해 내 생활 모든 것을 해결하면, 그 회사가 망해도 큰일이고 서비스가 변질 되거나 내 정보를 악용 하게 되면 큰일이다. 미국에는 이런 얘기도 있다: Don'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t. 계란을 한 바구니에 올인 했다가 잘못 되면 모두 날릴 수 있다는 얘기다. 



독점에 대한 걱정은 미국인들이 사생활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것과도 관련 있는데, 한 회사가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아는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Facebook과 Google의 개인정보 정책들에 대해 항상 말이 많은 것이다.


세번째는 문화적인 차이도 있을 것 같다. 이건 정확한 것은 아닌데, 내 경험상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일을 두루 좀 잘하는 인재'가 인기가 많은 것 같고 미국에서는 '한가지 일을 정말 잘하는 인재'가 인기 많은 것 같다. 앱도 마찬가지다. 


사실 스타트업 특성상 여러가지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쉽지 않다. 작은 팀에서 여러가지를 하려고 하다보면 어설픈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특히나 미국 시장을 노릴 것이라면 한가지 기능에 포커스 해서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해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원래 앱 기능과 디자인을 같이 다루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디자인은 다음 글에 다루도록 하겠다.




소개글: 당신의 아이템은 글로벌 합니까?

본문 1장: 정보 제공자와 소비자

본문 2장: 인터넷 접속과 속도

본문 3장: Android vs iOS

본문 4장: App Functionality

본문 5장: App Design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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