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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Sep 16. 2017

잠자는 학생과 프레젠테이션

사람과의 공감이 핵심이다.

새로운 강의를 맡은지 3주째인데 여전히 수업 중에 잠자는 학생들이 있다.

잠자는 학생을 발견해도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상처가 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자초한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 강의를 하는 날, 나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졸거나 자는 것의 책임은 전적으로 그 날 수업을 준비한 교수 책임이니 부담 갖지말고 잠자라고 했기 때문이다. 오죽 나의 수업을 공감하지 못했으면 잠을 잘까 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는데 조금은 생각이달라졌다. 왜냐하면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잠을 청하는 친구들도 눈에 띄였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선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래서 전에 했던 수업이라 하더라도 여러 번 점검을 하고 학생들 앞에 선다. 수업을 듣는 학생이 30명이라면 나에게는 2시간이지만 그들의 60시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강의를 포함해 보고나 설명, 설득을 위해 실시되는 프레젠테이션의 가장 핵심은 듣는 사람인 청중을 잘 이해하는 일이다. 듣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콘텐츠의 내용과 전달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더라도 듣는 청중이 대학생이냐 공무원이냐 아니면 중고등학생 대상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강의를 하면서 가장 실패한 강의는 중2학년 대상이었다. 나름대로 사전에 중2 담임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그들의 관심사와 강의 방법에 대해 묻고 인터넷을 뒤져서 준비를 한다고 했으나 결과는 참담할 정도였다. 학생들의 절반이 취침하는 상태에서 겨우 강의를 마칠 수 있었다. 전형적으로 청중이해에 실패한 경우다.


나는 새로 맡은 학생들의 수준이며, 마음 상태를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수업 준비는 물론 수업에 임할때 마다 바짝 긴장을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수업 시작한 지 3주째가 되었는데도 아직 학생과의 교감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셈이다. 주위 동료 교수님들은 1학년 수업이 원래 그렇다며 고등학교 4학년으로 생각하라며 상처받지 마라고 하지만 귀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앞으로 수업 중에 사용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글자수를 더 줄이고 심플하게 만들어 강사에 대한 집중도를 더 높여 볼 생각이다. 그리고 영상자료를 더 보충하여 학생들의 참여도 더 유도해 볼 생각이다.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제공하는 파워포인트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에 해당한다. 그러나 곧잘 주객이 전도되어 도구가 주가 되고 메신저(강사)는 객이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청중들은 금세 잠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이 곧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다."(CNBC, 2017. 9. 12)


프레젠테이션은 발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있다. 프레젠테이션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발표'라고 되어 있는데 발표가 아니라니 의아할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이 발표가 아니라 '이야기'여야 한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이 발표일때는 파워포인트가 주가 되지만, 이야기일때는 전달자가 주가 된다는 의미다.


프레젠테이션의 교과서로 불리는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파워포인트는 그야말로 화자를 위한 '도구'가 된다. 스티브잡스라는 화자를 빛내 주는 조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의 파워포인트에는 상징적인 그림 한 두 점과 글자나 숫자 한두 개 밖에 없다. 그 화면은 화자인 스티브잡스의 이야기를 도와주는 역할 만 하는 것이다.


학교 수업에 사용되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자료를 이렇게까지 만들 수는 없겠지만 파워포인트를 제작하면서 느낀 점은 깊히 생각하여 내용을 숙지하면 숙지할수록 글자는 줄일 수 있고 상징적인 그림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슬라이드에 글자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준비가 덜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늘어나는 글자 수만큼 청중들의 시선을 화면에 빼앗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교과서적으로는 청중의 시선을 화면에 3, 강사에게 7의 비중으로 하라고 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것은 내 욕심일 뿐 아니라 정보의 나열은 효과적인 정보 전달 원칙에도 어긋난다. 그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프레젠테이션에서 얘기하는 마법의 숫자인 3가지를 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는 3가지 메시지를 넘지 말라고 한다. 3이란 숫자는 마법의 숫자다. 옛날 이야기의 전개가 그렇고 과거 현재 미래, 가위/바위/보와 같이 중국에서는 3을 완성의 숫자로 볼 정도로 기억하기 가장 좋은 가짓 수가 3이다. 강조되는 것이 3가지를 넘으면 부담스럽니다. 사실 어떤 훌륭한 강의를 들어도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의를 들을 때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중요한 장면마다 휴대폰으로 찍어 두기도 하지만 다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날 머리에 남은 몇가지, 3가지 정도의 메시지만 남는다. 강의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도 그 정도를 넘지 말아야 효과적인 전달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수업 전 준비를 더할 생각이다.

젊은 학생들을 위한 유머도 준비하고, 그들의 음악도 준비해 보고 그들이 관심사도 더 공부를 해야겠다. 스티브잡스도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전에 손동작, 얼굴 각도까지 점검하고 조명의 색이나 배경 음악까지도 챙겼다고 한다. 그리고는 연습에 연습을 해서 그의 프레젠테이션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의 3요소는 3P, 즉 목적(purpose), 청중(people), 환경 (place)이다.

매주 진행되는 수업에서 프레젠테이션의 목적과 환경은 이미 정해져 있어 금방 정리가 된다. 그러나 지금 내가 수업을 통해 만나는 사람에 대한 이해는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청중에 대한 이해과 교감,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 명도 잠들지 않는 수업을 위해 내가 그 만큼 덜 잘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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