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TH May 24. 2021

우리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나는 취업을 포기했다. 언젠가 나를 알아줄 누군가가 있겠지. 믿어주고 키워줄 누군가를 만나겠지 라는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1년이 가도 2년이 가도 그런 사람과 그런 회사는 나타나지 않았고, 3년만에 나는 취업을 포기했다. 비정규직 생활에 만족하며, 여가 생활로 좋아하는 것을 하기로 스스로 합의한 것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늘 서류에서는 합격했다. 원래 나에 대해 쓰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람이기에 당당하게 쓴 자기소개서가 불합격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 

자기소개서를 여러 번 쓰다보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내 가족을 이야기해야 하고 눈으로 봐야한다. 가족이 싫든 좋든 나의 가족은 피할 수 없는 치부이자 영원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이런 양가적인 마음으로 항상 가족을 바라보는 나는 가족이 좋았다.


  자기소개서의 흔한 문구, 화목한 가족에서 태어나 책임감있는 아버지와 평온하신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자랐다. 물론 첫째인 언니와, 동생도 함께 말이다.

그렇다 나는 샌드위치 둘째 이다. 중간에 끼어 어디를 가도 잘 적응하는, 중간에 끼어 어떤 방법으로 길을 찾아내는 나는 둘째이다. 아들러는 출생순위가 중요하다고 했다. 원래 인간의 기질 보다는 자라온 환경, 출생순위가 영향을 크게 끼친다고 이야기한다. 심리학을 배우면서 아들러의 출생순위에 대한 이야기가 왜 그렇게 감명깊게 마음으로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샌드위치 둘째에게는 그 말과 같이 출생순위가 중요했다.대학원에서 어떤 교수님이 질문하셨다. 살면서 한번도 부모님께 맞아보지 않은 사람 손을 들라고. 나는 번쩍 손을 들었고, 몇몇 사람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은 그들에게 딱 한가지를 질문하셨다. 출생순위!! 놀랍게도 대부분의 손을 단 사람은 첫째이자 외동, 아니면 막내였다. 그중에 둘째는 유일했다. 소셜  스킬이 대단했겠다는 교수님의 말이 위로도 되고, 슬프기도 한 나는 둘째 였다. 맞다. 나는 단 한번도 맞아본 적이 없었다. 


 첫번째로 나오고 싶었지만, 이미 까탈스럽고 대장질하는 첫째가 있었고 막내로 나오고 싶었지만, 가부장적인 집안에서는 남자 종손이 필요했다. 둘째는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첫째와 막내는 큰 병원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둘째는 OOO산부인과에서 태어난다. 아무도 모르는 집 주변의 작은 산부인과이다. 커가면서 어느 병원에서 났는지 말을 잘 하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둘째는 왼손잡이였다. 글자도 왼손으로 쓰고, 밥도 왼손으로 먹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밥상에서 늘 둘째의 왼손을 때렸고, 엄마는 늘 왼손으로 글자를 쓰는 둘째를 교정했다. 둘째는 왼손잡이여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둘째의 왼손 사용법은 이렇게 끝이 났다.  둘째는 닭다리를 좋아했다. 불행히도 닭다리는 항상 2개였고, 가위바위보를 하지 않는 날은 마음이 상했다. 둘째는 갈비도 좋아했다. 온 가족이 갈비집에 가면 항상 아빠는 첫째에게 고기를 올려줬고, 엄마는 막내를 먹이느라 바빴다. 불행히도 엄마 아빠는 항상 2명이었다. 엄마 아빠가 3명이었다면 좀 달라졌을까. 둘째는 2와 3의 차이를 이렇게 알게 되었다. 2명은 짝이 맞지만, 3명이 짝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펐다. 하지만 3명이란 숫자는  항상 둘째를 따라다녔다.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도 3명이었고, 교회에서 수련회를가도 3명이었다. 3명 사이에서 둘째는 함께 하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

혼자가 편한 적은 없었다. 단 한번도. 하지만 혼자를 선택해야 할 때는 많았다. 혼자를 선택하는 것이 두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둘을 주장하지 않았다. 혼자가 되기보다는 혼자를 선택하는 것이 둘째를 위한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에게 가족은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다. 가족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경험한 자들만이 알 수 있다. 가족의 온기를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둘째는 가족의 온기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왔다. 최선을 다했지만, 남들이 좋아하는 결과는 가지지 못했지만,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았다. 둘째에게는 가족의 온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가족은 여전히 아름다운 이름이다. 


이제 둘째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둘째의 삶의 가장 큰 부부은 가족이다. 그중에서는 남매다. 삼남매의 아프지만 성장하는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