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vs 적절한
둘째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일찍 일어나 아침 조깅을 마친 후에 집을 나선다. 차에 밥을 먹여야 해서 더 일찍 집을 나선다. 일찍 집에서 나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이지만 지금 직장에 오면서부터 아침운동의 여유도 생겼다. SNS를 할 시간도 생겼다. 나름대로 직장에 만족한다. 살아오면서 늘 하고싶은 일이 있었지만, 꼭 그것이 아니라도 타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직장은 하고싶은 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직장은 직장일 뿐이다. 좋은 직장은 시간이 많고, 여유가 많은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내게 딱 적절하다.
어릴 적 꿈은 기자였다. 표현하는 일, 소리를 내는 일을 하고 싶었다. 살아오면서 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까. 단 한번도 원하는 것을 큰 소리로 말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당당하게 소리내는 것이 좋아 보였다. 남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맞다고 하는 공정함도 좋아 보였다. 그러나 대학을 결정할 때도 타협을 했다. 둘째는 문예창작학과에 가고 싶었다. 신문방송학과에도 가고 싶었다. 부모님이 원하는 것은 교직을 가진 선생님이었다. 아무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둘째는 문예창작학과가 포함되어 있는 학부를 선택했다. 그 학부에 가면 교직과 문예창작을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둘째는 그 길을 선택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았다. 현실은 꿈과 달랐다. 좋은 친구들과 선배들과 대학 생활을 했지만, 취업에 도움이 되는 선배들과 교수님과는 멀어져갔다. 연극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수업에 꼬박꼬박 참석했다. 누구나 하는 것을 더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것 또한 둘째의 선택이었다. 좋아하는 일보다 사랑받는 것을 택했다. 충분히 사랑받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충분히 사랑받았다 느꼈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용기가 있었을까
사랑 받아야 할 때에 사랑받은 사람은 자신의 때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함이 필요하다.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은 무언가 결핍을 느끼게 되고, 제때 받지 못한 것은 평생 결핍으로 남는다. 결핍이 없어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둘째는 좋은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을 했다.
선택을 후회하는 것만큼 바보같지는 않다. 둘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해 본적은 없다. 다시 똑같은 상황이 와도 그렇게 선택했을 것이다. 꿈은 별과도 같아서 멀리 있어야 꿈이라고 했다. 한번도 꿈이 없었던 적은 없다. 둘째에게 꿈은 자신을 살게하는 힘이었다.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 삶의 부분이자 전체가 되어서 그외의 것들을 고스란히 덮어줄 수 있는 방패가 되었다.
오늘 둘째는 좋은 선택을 한다.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직장에 출근해서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한다는 것을 안다. 나의 상황과 감정과 상관없이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가족에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확실히 좋은 선택이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직장은 아니지만 적절한 직장이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적절하게 좋은 사람들이다. 아마 오늘도 어떤 일을 하든지 좋은 선택을 할 예정인가 보다.
오늘 나의 가장 좋은 선택은 첫째, 둘째, 셋째 중에 둘째를 가장 먼저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