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
둘째는 말이 빠르다. 둘째는 행동도 빠른 편이다. 어딜 가도 추진력 있고 아이디어 많다는 소리를 듣는다. 둘째는 빠르지만 실수가 많다. 하지만 관계로 실수를 풀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둘째는 감정표현이 서투르다. 늘 사람들의 감정을 받아내고 들어주는 직업적 특성 때문인가 사람들은 둘째가 늘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처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알아달라고 최선을 다해 표현하지만 주변에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도 친구도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다 보면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감정적 표현에 정답은 바로 공감이다. 견디지 못해 폭발하는 감정을 누군가는 받아줘야 할 것이지만 가족 중 누구도 그것을 받아주지는 못했다. 표현하면 늘 외로움만이 돌아왔다.
가끔은 어색함도 함께 왔다. 돌아오는 것이 부정적이면 당연히 그 행동은 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둘째의 표현 행동은 소거되기 시작했다.
가족 중 누군가가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은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이기도 하고, 그것이 반복된다는 것은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이기도 하다. 살아가다 보면 버거운 감정을 너무 많이 만나는데 스스로 처리가 안 되는 버거운 감정은 타인에게 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니 둘째는 말을 하게 됐다. 어로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을 하게 되었다. 나를 알아주세요 라는 둘째의 외침은 어릴 적은 고요한 눈물로 자라면서는 사람들의 인정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로 표현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감정을 받아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둘째의 가장 본연의 슬픔과 외로움을 그대로 받아내 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받아 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첫째와 둘째와 셋째는 오늘도 열리지 않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결핍에서 오는 상함을 스스로 다독이는 중이다.
스스로 다독이는 것만큼 아프고 힘든 일은 없다 혼자 견디는 것만큼 지치는 일이 없다.
세 사람은 서로를 향하여 오롯이 한 가지 마음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좀 알아주세요’
나를 알아주세요 라는 둘째의 외침은 어릴 적은 고요한 눈물로, 자라면서는 사람들의 인정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로 표현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