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lnoc Nov 14. 2018

응원할게, 영화<영주>

단단하게 살아가길

영주 (Youngju, 2018)

브런치 무비패스 #11

감독 차성덕

주연 김향기, 김호정, 유재명, 탕준상

영화 <영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스포 있음

19살 소녀 영주는 5년전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는다. 그리고 남동생 영인과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어린 영주의 하루하루는 가시밭길 같기만 하다.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서 매일같이 사고 소식을 듣는다. 잠시 안타까울 뿐, 금세 그 뉴스는 잊혀지고 다른 뉴스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렇게 짧게 스쳐간 뉴스 뒤에도 그들의 삶은 이어진다. 그렇게 한토막 뉴스였을 영주 부모님의 사고뒤에도 영주는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너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짊어지게 된다.


영주는 하나뿐인 남동생을 위해 궂은일과 자존심 굽히기를 마다하지 않지만 남동생은 그런 누나 마음은 모른척하며 자꾸 비뚤어질 뿐이다. 세상의 끝에 혼자 남겨졌다고 느끼는 순간 영주는 사고에서 자신의 부모님을 죽게한 이들을 떠올린다. 무작정 그를 찾아간다. 그를 향한 원망의 마음이 가득했지만 직접 지켜본 그는 5년 전 사고로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다. 그리고 씻어낼 수 없는 죄를 영원히 기억하려는 듯이 끊임없이 두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듯이 살아갈 뿐이다.


잠시나마 행복을 찾으려 했던 영주 (출처: 네이버 영화)


자신이 사고로 죽은 이의 딸 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그의 두부가게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런 영주를 그의 아내는 따뜻하게 맞아준다. 그리고 자식처럼 영주를 대하고 돌본다. 영주가 나쁜 마음을 먹었을 때도,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끝까지 영주를 믿어주고 용서한다. 그렇게 영주는 가장 비극일 수 있는 관계에서 뜻밖의 희망을 발견한다. 늘 입고 다니던 엄마의 옷을 잠시 벗고 희망과 사랑이라는 이름의 옷을 잠시 입어본다.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어야 했지만 여전히 소녀처럼 수줍고 사랑이 필요한 아이일 뿐인 영주.


어느날 남동생 영인은 누나인 영주가 자신의 부모를 죽인 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에게 영주의 존재를 밝히라고 윽박지른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미안하지 않냐고. 영주는 차갑게 받아친다.

내가 왜 엄마 아빠에게 미안해야해?


영주가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무거운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이미 현실의 무게가 너무나 버겁다. 누군가의 무한한 사랑과 믿음이 더욱 절실한 아직 어린 영주이다. 자신의 삶에 한 방울의 희망을 던져준 부부에게 영주는 역으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커졌을지 모른다. 내가 죽은이들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들은 나를 받아줄까라는 불안. 그러면 안된다는걸 알지만 혹시나 그려보았을지 모르는 그들과의 행복한 미래. 여러 마음이 충돌하는 마음을 안고 영주는 용기를 낸다. 그리고 그들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마주한 현실.


작고 단단한 영주. 영주는 현실로 현실로 끊임없이 나아간다. 울며, 쓰러지며, 다치며 끊임없이 나아간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삶 속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작은 희망을 기대하며 말이다. 영화는 끝났지만 영주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꾸만 영주의 뒷 모습이, 울음을 그치던 표정이 떠오른다. 앞으로의 영주의 삶이 걱정되기도 궁금하기도 하고, 들리지는 않겠지만 조용히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여운이 참 길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전쟁 고아들의 이야기, 영화<폴란드로 간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