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차츰 떠나가던 이스탄불
포드고리차에서 이스탄불로 향하는 20시 30분 비행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 기류 변화에 한참 동안 흔들렸다. 기내식으로 나온 샌드위치는 손도 댈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출발 전에 독한 라키야*를 몇 잔 걸치고 비행기에서 푹 잘 걸 그랬다. 발칸의 겨울은 여전히 매서웠다.
짓궂은 두 시간의 비행 끝에, 8년 만에 다시 찾은 이스탄불은 비 내리는 쌀쌀한 날씨로 마중을 나왔다. 짐을 찾아 리무진 버스에 올라 이스탄불 탁심 광장으로 향했다.
버스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고속도로를 무심히 달렸다. 바람과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이미 밤 열두 시를 훌쩍 넘긴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피로감과 안도감, 그리고 설렘이 뒤섞인 채 한 시간이 흘러 탁심 정류장에 도착.
미리 예약해 둔 작은 호텔에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니 벌써 새벽 두 시. 빠르게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창밖으로는 늦은 시간에도 환히 빛나는 탁심 광장이 보였다. 호텔 앞 모스크의 조명은 하늘을 향해 빛을 뿜었고, 새벽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광장을 서성이고 있었다.
불이 꺼진 방 안,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적막을 깨며 희미하게 들려왔다. 유난스럽게 마중을 나온 이스탄불의 첫날 밤으로부터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
어쩌다 가끔은, 그런 유난스러운 밤이 반가울 때도.
♫ HONNE – Day 1
이 이야기의 전문을 신간 <봄도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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