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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Oct 16. 2018

가을 손님, 무. 가을 불청객, 미세먼지.

10월 둘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

 10월초. 또 다시 공부를 하기위해 도쿄에 다녀왔다.

 잠깐의 일정이었지만 도쿄에 다녀오니 컨디션이 예전 같지가 않다. 도쿄에 가있는 동안 요리 공부를 하며, 많이 먹기도 했고, 무엇보다 비행기가 문제. LCC를 타는 경우에는 기내식이 나오지 않는데다가 공항음식은 좀처럼 먹고 싶지 않아, 가벼운 간식으로 식사를 때우는 편. 이렇게 식사를 때우다 보면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지 못하거나 이상한 시간에 식사를 하곤 한다. 하루 정도야 괜찮지만 며칠간 이렇게 식생활이 들쭉날쭉해지면 조금씩 컨디션에 신호가 온다. 컨디션에 신호가 오기 시작하면 간소하디 간소한 식사로 다시 균형을 잡아준다. 그렇게 해서 준비한 현미누룽지와 무말랭이조림. 이렇게 통곡물이 식사의 70%이상을 구성하는 간소한 식사 혹은 소식을 몇번 하면 고생하던 컨디션도 조금씩 돌아온다.

 가을부터 무가 더 맛있어 진다. 가을에 찾아오는 손님, 무. 무에는 내장에 쌓인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풍부하다. 이러한 무를 햇빛에 말려 양의 조리를 가한 무말랭이는 특히 동물성 식품을 자주 먹어 내장에 쌓인 오래된 지방을 분해하는데 특효약. 무나 무말랭이는 내장지방에 고민이 있는 경우에도 좋지만, 의외로 여드름이 생기거나 모공이 막히는 등 과 같은 피부트러블에도 좋다. 이렇게 피부에 노폐물이 생겨 일어나는 피부 트러블은 당분, 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할 때 일어나기 쉽다. 과다하게 몸에 들어온 당분, 지방이 충분히 체내에서 연소, 배출되지 못하고, 노폐물의 형태로 피부에 나타나는 것. 초콜릿을 자주 먹었다 싶을때 여드름이 생기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나의 경우, 도쿄를 오가며 미리 만들어 둔 머핀으로 몇번이고 끼니를 때웠던게 마음에 걸려 집으로 돌아와 무말랭이조림을 만들었다.


 식사도 하고 머핀 까지 먹은 것이 아니라, 식사 대신 머핀을 먹었으니 칼로리만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비건, 마크로비오틱 머핀이어도 과자, 케이크는 단순한 당분과 지방이 주된 영양소 이다. 영양균형을 생각하면 절대로 현미밥과 채소반찬으로 구성된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최근 비건 디저트, 쌀베이킹이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지만, 디저트는 어디까지나 디저트이다. 과하게 먹으면 당연히 살이 찌고, 식사 대신 먹으면 영양균형이 흐트러진다. 

 이렇게 통곡물 중심의 소식을 몇번 하며 다시 컨디션이 돌아오니 이제 반찬 수를 조금 늘려도 좋을 것 같다. 싱싱한 근대가 들어와서 끓여본 근대된장국. 여기에 근대나물과 깨소금에 버무린 오이지, 또 다시 무말랭이 조림을 곁들여본다. 뚝배기 솥에 지은 현미밥이 어마어마하게 부드럽고 맛있는 걸 보니 조금은 음성인 것들이 내몸에 필요한가 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현미밥일 정도로 밥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쉽게 밥을 지겨워하는 엄마 때문에 믿을만한 빵집을 발견하면 종종 빵을 사온다. 날이 추워지니 빵에도 따뜻한 것을 곁들이고 싶어 요즘에는 포타쥬를 즐겨 만든다. 밤포타쥬는 밤을 깔때에는 고생스럽지만 맛만큼은 너무나 황홀하다. 디저트가 따로 없을 정도로 달콤하다. 우엉포타쥬도 우엉이 이렇게 달콤했나 싶을 정도. 우엉과 로즈마리의 조합또한 기가 막힌다. 개인적으로 우엉은 저평가 되고 있는 채소 1위라고 생각한다. 또한 양의 성질을 가진 우엉으로 만든 포타주는 음의 성질을 가진 빵을 주식으로 식사를 할때 균형을 잡아주기 좋은 효자와도 같은 메뉴.

 무와 배추의 계절이 왔으니 김치를 담그지 않을수 없다. 심지어 설탕 대신 달콤한 맛을 내줄 배까지 제철이다. 배의 달콤함과 다시마조림의 감칠맛이 시원한 나의 물 김치. 이모가 우리 집에 와 맛보더니 한통 통째로 갖고 갔다. 김치는 역시 나누는게 제 맛. 채식을 하기에 나의 김치에는 원래 젓갈을 사용하지 않지만, 물김치는 원래 젓갈없이 깔끔하게 만들어 먹는 것이 어울리는 음식. 한번쯤 액젓 없이 만들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또한 설탕없이 배를 사용하니 텁텁하지 않고 더더욱 깔끔하다. 이렇게 만들어둔 물김치는 기름진 음식을 먹을때 두고두고 효자 노릇을 할터. 잡채에 곁들여도 기가 막힐것.

 문토 나와 만나는 주방 두번째 모임은 주방 밖으로 나와 한강에서 다 함께 요가. 며칠 춥더니 날씨도 우릴 도왔다. 햇살을 받고 하늘 바라보며 요가하는 시간은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엄청난 기분 전환이 된다. 여기에 함께 준비해온 도시락까지. 보난자베이커리의 100% 통밀빵과 브루스케타로 곁들일 것들을 조금 챙겨갔다. 즐겨만드는 캐럿라페, 단호박커리 스프레드, 연근함박이 나의 메뉴. 도시락으로 무려 현미밥을 챙겨오신 분들도 계셨다.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하는 멤버, 비건인 멤버를 고려해 노력해서 도시락을 준비해 오신 멤버분들. 서투를수도 있지만 서로를 알아가며 준비해오신 마음이 눈물나게 감사하다.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늘 혼자 즐기던 요가, 마크로비오틱. 내가 사랑하는 것에 흥미를 갖고 계신 분들과 내가 사랑하는 것을 나누는건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이다.

 오랜만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봄에만 지나가나 했더니 미세먼지가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워낙에 약한 기관지가 또 다시 고생한다. 이럴 때에는 연근이 특효약. 우엉, 당근, 표고버섯과 함께 뿌리채소 조림을 만들어두면 며칠간 감사한 반찬이 되어 준다. 연근 함박을 만들 때 끓여둔 연근탕을 마시는 것 또한 기관지에 좋다. 마크로비오틱을 공부하면, 가벼운 감기나 가벼운 질환이 있을 때, 약을 따로 살 필요가 없이, 주방이 곧 약국인 된다. 고생한 기관지에는 연근을 선물해주고, 목에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미세먼지에는, 크리미한 들깨 미역국을 곁들인다. 미역의 알긴산이 체내에 쌓인 미세먼지를 배출시켜준다.

 물김치 맛을 보니 삼삼한 것이 물막국수 감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시원한 물김치 국물에 메밀면을 말아본다. 설탕, 젓갈 없이 깔끔한 물김치 또는 동치미 국물에 메밀면을 말아먹어 본 사람이라면 밖에서 파는 냉면은 못 사먹을 것이다.

 

  이모에게 나눠줘 조만간 김치가 동이 날 것 같다. 조만간 한번 더 담글 예정. 야금야금 김치를 담그는 재미가 있는 계절이 돌아왔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스토리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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