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5 in PORTO
다소 낯선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 포르토. 수도인 리스본과 함께 대표적인 여행지로 언급되지만 실상 제대로 된 관광지의 느낌은 적은 곳이 포르토이다. 좁은 길과 높은 언덕 그리고 돌길을 하루종일 누비는 트램과 곳곳에 있는 광장들. 그리고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줄레주 장식이 가득한 건물들. 소위 유명하다는 포르투의 명소를 하루에 모두 둘러 본 뒤에는 매일을 그저 무작정 걸어다녔던 내게 포르투에서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25일 일요일에 참 색다른 경험이 일어났다.
LATADA.
포르투갈어로 많은 깡통을 의미하는 Latada는 포르투 지역 대학교에서 신입생을 맞이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전통적 관례다. 각 대학을 상징하는 색색의 깡통들을 둘러매고 온 몸에 상징색을 입힌 신입생들과 검은 유니폼을 입고 신입생을 맞이하는 재학생들. 각 대학의 준비시간을 지낸 뒤 포르투 대학의 앞에서 거대한 행진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재학생이 만들어낸 커다란 틀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깡통을 굴리며 시가지 행진을 시작한다. 경찰들도 거리에 나와 학생들의 행진을 보호하고 시민들과 학부모들은 긴 울타리를 만들며 응원한다.
포르투의 절반이 학생들의 행진으로 멈춰버린 그 시간은 시끄럽다는 생각보다는 참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들었다. 부러움의 원인은 아마 이제는 대학생이 아닌 내가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똘똘뭉쳐 즐기는 모습에서 느끼는 생기가 아닐까 한다.
2시부터 시작된 행진은 밤 8시가 넘은 시간에야 끝이 난다. 긴 행진이지만 결코 엄숙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아마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재학생의 모습때문이 아닐까 싶다.
포르투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제법 큰 행사로 생각되는 Latada는 포르투에 재학중인 학생과 신입생들이 모두 만날 수 있는 날이라고 한다.
오랜만 혹은 새로 만나는 사람들이 가득한 시간. 서로 술컵을 기울이며 인사하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는 학생들. 그 모든 모습이 참 젊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시간 오로지 포르투의 대학생을 위한 공간과 시간이 되는 Latada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다.
첫째, 재학생들이 행진에 들어갈 경우에는 반드시 검은색 외에는 다른 색상의 옷을 보이면 안될것. 둘째, 반드시 유니폼인 검은 망토를 두를 것. 셋째, 포르투 대학의 재학생과 신입생을 제외한 사람들의 참여가 철저하게 배제되는 것. 정신없이 흥에 취해 숙소에 돌아와 느낀 세번째 약속은 참 새로웠다.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참여하지 않음으로 존중을 표현하는 것. 쉽게 그 모습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 그럼으로 더욱 Latada행사가 더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