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 동두천 문화극장
흔히 말하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처음 본 영화는 극장도 아닌, 문화회관을 빌려 단체로 상영해 준 '고질라'였다.
지금이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 시간 뭐든 선택할 수 있다지만, 그때는 가장 유행하는 영화 한 편을 마을에서 대대로 홍보하곤 했다.
문화회관이 아닌 정식 '영화관'은 문화극장과 동광극장이었다. 동두천에 있는, 이젠 명절이 아니면 극장을 가득 채우기 힘들어진 작은 극장.
시그널이나 응답하라에서 나왔던 그 시절 속 극장이 사실은 아직도 제 나름의 역할을 해내며 스크린에 열심히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사실 작은 극장이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그리고 다른 매체를 통해서 낯설지 않을 만큼 잘 알려진 영화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잠시 찍히는 모습과 극장의 일상은 다를 뿐.
이젠 구시가지가 된 동두천의 한 켠에는 동광극장과 문화극장이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상영시간을 알려주고 있지만, 예전에는 전화로 매일의 상영시간을 물어봐야 했다. 상영시간을 물어보면, 문화에서는 동광 시간표를 동광에서는 문화 시간표를 다 같이 알려주곤 했다.
팝콘은 전자레인지 팝콘에, 음료는 캔음료를 파는 매점.
지금 극장은 좌석별로 돈도 다르지만, 아직도 표만 있으면 어디든 자유석이 되는 좌석.
좁은 주차장에 차량번호를 외치는 사람이 있고, 오래된 화장실은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영화와 기억을 함께 상영하는 극장의 모습은 너무 많이 그리고 갑자기 변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점에는 전자레인지 팝콘을 팔고, 극장 앞 몇 자리뿐인 주차장이 전부다.
그럼에도 극장이 갖고 있는 시간의 기억은 셀 수 없는 겹들이 쌓여있음을 모르지 않다.
거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가득 찬 요즘, 작은 영화관에서 느끼는 불편한 시설은 눈가를 찡그리기보다 아주 오래전 처음 영화관에 왔던 그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시간에 맞춰 줄 서서 좋은 좌석에 앉으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객이 별로 없는 평일에는 두 명의 부부가 관객일 때도 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동두천 경찰서에서 만든 약간 어설픈 4대 악 근절 영상이 나오거나 동두천 내 가게 홍보영상이 나온다. 오래된 에어컨이 불빛을 내며 열심히 작동 중이고, 커다란 스크린 옆에는 빨간 전자시계가 시간을 알려준다.
영화를 보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이런저런 극장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나 오래됐소'라고 말하는 극장은 단출하지만 상영하기엔 아직까지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벌써 찾아오는 이가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들리는 근처 대형 영화관의 입점 소식은 두 극장에서 영화가 언제까지 상영 가능할지 물음표를 던져준다.
좌석에 따른 표값도 없고, 매점에는 콤보나 여러 가지 팝콘은 커녕 전자레인지에 돌려주는 종이 팝콘이 대표 메뉴며, 극장 대기실에는 거대한 선풍기로 더위를 식혀주는 곳.
멀티플렉스 극장을 생각하면 상대가 안 되는 승부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두 극장이 제 이름을 지켜냈으면 한다.
문화극장과 동광극장.
형제가 운영한다는 두 극장만큼은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이 거대한 돈과 편리한 시설이 아닌 누군가의 첫 영화관이 된 추억과 명절이면 가족들을 불러 모으던 기억으로 살아남았으면 한다.
비록, 작은 바람에 그치는 말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