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IN CORDOBA 2015.10
서양사. 낮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서양사를 생각하면 길고 비슷한 이름과 온갖 종교 영역이 치열하게 변화하는 시대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모든 유럽대륙이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지만 특히, 스페인은 아직도 그 흔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이슬람과 카톨릭 문화가 혼재된 양식이 도시마다 있는 나라가 스페인이 아닌가 싶다. 코르도바에 있는 메스키타는 이슬람과 카톨릭이 혼재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스페인의 여러 작은 도시 중 하나인 코르도바는 여러 세계가 함께 공존하는 도시같았다. 학문의 도시이자 거대한 메스키타로 관광객이 꾸준히 찾아오는 곳. 스페인의 코르도바다.
메스키타는 이슬람 세력이 스페인을 점령했을 당시 세워진 사원이다. 이슬람 건축의 특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던 사원은 카톨릭에 의해 다시 권력의 흐름이 재편되면서 카톨릭 예배를 위한 공간이 들어선다. 이슬람 양식과 카톨릭 양식이 공존하는 공간. 검은색과 흰색의 공간이 마치 짜여진듯 붙어있는 메스키타는 서로 다른 색처럼 다른 가치를 갖고 있는 종교임에도 이 공간의 흔적을 남겨둘 수 밖에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짧았던 1박2일의 시간동안 코르도바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날이 개었다. 비오는 메스키타는 정원과 입구에서 마주하는 붉은 기둥이 주는 굴복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굴복했기에 사라지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 실제 너무나 아름다웠다는 이유로 많은 이슬람 사람들이 이후 카톨릭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해 일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조각을 세우고 건물을 만들었을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등진채, 그 굴복의 결과를 만들어 가야했던 그들의 삶은 코르도바의 건물이나 화려한 조각이 마냥 화려하고 위엄있어 보이지 않게 했다.
몇 세기 전의 종교라는 이유로 등진채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던 코르도바. 시간이 흘러 코르도바는 작지만 수많은 도서관과 대학이 있어 학문의 도시로 불리면서 동시에 마치 과거의 그들이 그랬듯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가장 잔인하고 냉혹한 기준으로 다시 등진채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