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5주년을 맞아 아내와 타임라인 회고를 했다. 결혼 생활에서 어떤 중요한 분기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각 사건이 이후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야기했다.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는 청소에 대한 제대로 된 협의를 이룬 2021년 6월이었다.
당시 우리는 청소에 대해 이야기만 하면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나는 늘 “이 정도면 괜찮은데?”라고 생각했고, 예인은 “아직 너무 지저분해”라고 느꼈다. 서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고, 말로 설명하려 하면 감정부터 앞섰다. 대화는 점점 상대를 탓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멀리서 보면 청소를 안 하려는 사람과 예민한 사람의 문제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같은 집을 보고도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단순한 방식을 시도했다. 지금 집의 청결도 수준을 점수로 표현하는 것, 5-scale의 점수 체계를 도입했다.
5점: 손님을 불러 집들이를 해도 될 정도의 상태
4점: 쾌적해서 아침에 일어날 때 상쾌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
3점: 30분 정도 치우면 4점이 될 수 있지만, 이 상태로 며칠 두면 2점으로 내려갈 것 같은 상태. 보통
2점: 집안일 중 어떤 영역이 밀려 있어 부담이 느껴지는 상태. 한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없음
1점: 치우지 않고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화가 나는 상태
이후로 한동안 “지금 집 상태는 몇 점이야?” 하면서 서로의 인지 레벨을 맞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같은 것을 보고도 정말 다르게(반대로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주로 쓰레기통이나 눈에 띄는 큰 요소를 보고 점수를 매겼고, 예인은 바닥의 먼지나 물건이 놓인 위치 같은 디테일을 보고 있었다. 보는 지점이 다르니, 그에 따른 스트레스 레벨도 완전히 달랐다.
돌이켜보면 이 과정은 청소에 대한 각자의 멘탈 모델과 의사결정 과정을 하나씩 꺼내어 명시화한 것에 가까웠다.
집안의 어떤 영역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고 서로를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게 되었다. 때로는 아내와 내가 다른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누가 맞다”가 아니라, 서로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청결도의 그림이 무엇인지를 맞춰갔다. 그 과정에서 청소가 필요한 영역을 점점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관리 범위도 확장되었다.
그저 “지금 몇 점이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졌다. 지금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동기화되어 있다.
1. 이 사건 이후로,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느꼈던 많은 행동을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청소뿐만이 아니었다. 돈 관리, 인간관계, 일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같은 것을 보고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기준을 공유하면 실제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경험이기도 했다. 이 경험은 이후의 다른 갈등 상황에서도 “조정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남았다.
2. 상황 파악, 즉 ‘인지’ 자체에 우리는 생각보다 큰 착각을 하고 살아간다. 대부분의 문제는 행동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으로 같은 상황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서 시작된다.
덧붙이자면, 이런 점수 체계를 제안하는 데에는 “이너게임”이, 서로가 느끼는 바를 감정이 아닌 언어로 표현하는 데에는 "비폭력대화"가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비폭력대화는 아내와 함께 회사에서 연습 모임을 만들고 몇 달간 훈련했던 경험이 컸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