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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잘 살지는 못해도
쪽팔리게 살진 말아요

출판업계 선배님께

by Mee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제 출판마케터 생활 갓 3년 된 꼬꼬마 주니어 마케터입니다.


어쩌면 업무조언방에서 한 번은 이야기를 나누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수가 없어서 그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뜬금없이 왜 온라인에 편지를 쓰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저를 열폭하게 만드는 게시글을 발견했거든요.


'영포티' 운운하는 글이었어요.

어린 친구들 커뮤니티도 아니고, 인문서 홍보하는 콘텐츠에 버젓이 혐오표현이라니...

보는 순간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어려웠습니다.


실은 전에 비슷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심하고 게으른 20대'라는 표현, '아이들 심리는 다 엄마 탓'이라는 논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튀지 않으면 사라지는 게 광고라지만 너무 하잖아요.

출판업계마저 이런다는 게.


얼마 전에 탐독한 출판 마케팅 입문서, 『잘 팔리는 책 vs 안 팔리는 책 』이라는 책이 있어요.

책의 저자이자 원로 선배님인 한대웅 님은 '출판 마케팅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역설해요.

출판 마케팅.png (올해 초 남겼던 서평에서 발췌)


한대웅 님은 '책'이라는 상품 자체에 도덕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마케팅 활동도 그 책임과 가치에서 크게 벗어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는데요. 제가 순진했던 걸까요?


저는 책을 사랑합니다.

너무 사랑해서 늦은 나이에 신입으로 발을 들였어요.

요즘 살짝 매너리즘에 빠지긴 했지만, 아직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요.


근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관심을 끌고 책을 파는 게 우리 일의 전부일까요?

그 과정에서 누가 상처 받든, 세대갈등이 심화하든 말든 상관없이?


이번 일로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과하게 소비자의 불안을 자극하지는 않았는지,

부주의하게 혐오 표현을 쓰진 않았는지,

윤리의식 없이 조회수라는 KPI(목표)에만 매달리지 않았는지, 같은 거요.


누군가는 이상주의라고 혀를 차겠죠.

누군가는 매출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할 거고요.

이상과 현실 사이, 적정선을 찾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 제 올해의 목표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언제든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책을 사랑하는 후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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