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7-19장 : 아브라함 2
오랜 세월이 지나 아브람이 99살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다시 나타나 말씀하셨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 너는 나에게 순종하며, 내 앞에서 흠이 없이 살아야 한다. 내가 너에게 약속을 맺었고,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할 것이다.”
아브람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있었다. 하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너와 다시 약속한다. 이것은 너와 나와의 계약이다. 너는 많은 민족들의 조상이 될 것이야. 그래서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아브람이 아니라 ‘아브라함’이다. 너는 크게 번성할 것이고, 너의 자손에게서 많은 나라와 많은 왕들이 나올 것이다. 너와 나 사이의 이 약속은 너뿐 아니라 너의 모든 자손들과도 지킬 영원히 약속이야. 나는 너의 하나님이 될 것을 약속하고, 너의 모든 자손들에게도 약속한다. 지금은 너가 이 곳 가나안 땅에서 나그네처럼 살고 있지만, 내가 이 땅을 영원히 너의 자손들이 가지도록 할 것이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
너와 너의 자손들 또한 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 약속을 지킨다는 뜻으로 너희 중에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8일째 되는 날에 생식기의 피부를 잘라내는 할례를 받도록 하여라. 너희 집에서 태어난 종들이나 외국에서 데려온 종들도 할례를 받아야 한다. 할례는 나와 너희의 약속이 영원하다는 것을 몸에 새겨놓은 증표이다. 만약 할례를 받지 않은 남자는 나와의 약속을 깬 것이므로, 그는 더 이상 너의 자손이 아니며 나도 그의 하나님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브라함의 자손들은 그 증표를 볼 때마다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또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너의 아내의 이름도 사래가 아니라 ‘사라’라고 부르거라. 내가 그녀에게 복을 주어 너의 아들을 낳게 할 것이야. 내가 너의 아내에게 복을 주어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고, 여러 왕들이 나오도록 할 것이야.”
아브라함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채로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나는 100살이고 사라는 90살인데, 어떻게 자식을 낳을 수 있단 말이지?’
“주 하나님, 이스마엘이나 하나님의 복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아브라함이 다른 이야기를 하자 하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니다. 너의 아내 사라가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 이름을 이삭이라고 하거라. 내가 너의 아들과도 약속을 할 것이고 그 자손들과도 영원히 약속할 것이야. 너가 나에게 말하였으니, 내가 이스마엘에게도 복을 주어서 자손을 많이 주겠고, 큰 나라가 되게 하겠다. 하지만 나는 1년 쯤 후에 사라가 낳을 너의 아들 이삭과 약속을 맺을 것이야.”
하나님은 말씀을 다 하시고 아브라함을 떠나셨다. 바로 그 날에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자기 아들 이스마엘과 모든 종들과 자기 집의 모든 남자들에계 할례를 하였다. 이 때 아브라함은 99세였고, 이스마엘은 13살이었다.
얼마 후, 하나님은 두 천사들과 함께 마므레의 떡갈나무 숲 근처에 있던 아브라함에게 오셨다. 더운 대낮에 아브라함은 자기 텐트의 입구에 앉아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 보니 세 사람이 근처에 와 있었다. 아브라함은 바로 달려나가서 땅에 엎드려 인사를 하고 그들을 맞이했다.
“주님, 저에게 호의를 베푸시어 저를 그냥 지나가지 마세요. 물을 가져올테니 발을 씻으시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시기 바랍니다. 먹을 것을 가져올테니 드시고 기운을 내신 후에 가시던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거라.”
“여보, 빨리 고운 밀가루를 가져다가 빵을 좀 구워줘요!”
아브라함은 텐트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사라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가축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좋은 송아지를 한 마리 골라 하인에게 요리를 하도록 하였다. 아브라함은 버터와 우유와 송아지요리를 차리고,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옆에 섬겼다.
“너의 아내 사라는 어디 있느냐?”
“텐트 안에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대답하자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1년쯤 후에 내가 너를 다시 찾아올 건데,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야.”
그 때 사라는 텐트 입구 쪽에서 이 말을 들었다. 아브라함과 사라 모두 늙었고 사라는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는 나이였기 때문에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나도 늙었고 남편도 늙었는데 내게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을 수 있겠어?’ 그러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사라가 비웃으면서 ‘이 늙은 나이에 어떻게 아들을 낳을 수 있겠어?’라고 하는구나. 나 하나님에게 불가능한 것이 있느냐? 내가 1년쯤 후에 다시 너를 찾아올 것인데, 그 때에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옆에 있던 사라는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였지만 하나님은 알고 계셨다.
“아니다. 너는 웃었다.”
하나님과 두 천사는 소돔으로 가기 위해 일어났고, 아브라함도 하나님을 배웅하기 위하여 함께 일어났다. 하나님께서 두 천사들에게 이야기하셨다.
“내 계획을 아브라함에게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 아브라함에게서 강하고 위대한 나라가 나올 것이고,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그를 통해 복을 받을 것이지 않은가? 내가 아브라함을 선택할 때, 아브라함이 자식들과 자손들을 잘 가르쳐서 옳고 정의로운 을을 행하고 하나님의 길을 따르기를 바랐어. 그렇게해야만 내가 아브라함을 위해 약속한 것들을 다 이룰 수 있지.”
두 천사는 소돔으로 먼저 떠났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소돔과 고모라의 죄가 아주 커서 그 곳에 대한 아우성 소리가 매우 시끄럽구나. 내가 가서 직접 확인하려고 한다.”
“주 하나님, 그 곳에 있는 의로운 사람들까지 악한 자들들과 함께 멸망시키시겠습니까? 만약 그 곳에 의인이 50명이 있다면 그래도 그 곳을 벌을 내리시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의인들을 악인들과 함께 죽도록 내버려두실 수 없습니다. 정의로우신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십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가까이 가서 청하였고, 하나님께서 대답하셨다.
“만약 소돔에서 내가 의인 50명을 찾는다면,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그 곳을 용서하겠다.”
“저는 하나님 앞에 먼지 밖에 안 되는 사람이지만 감히 말씀드립니다. 혹시 의인이 50명이 되지 않고 5명이 모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5명만 부족해도 그 곳 전체를 다 멸망시키실 것입니까?” 아브라함이 다시 간청하였다.
“내가 만약 의인 45명을 찾는다면 그 곳을 멸망시키지 않겠다.”
“혹시 의인이 40명 밖에 없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의 대답에 아브라함이 다시 간청하였다.
“내가 그 40명을 생각해서 그 곳을 멸망시키지 않겠다.”
“주님, 노여워하지 마세요! 만약 거기 의인을 30명 밖에 찾지 못하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브라함은 또 간청하였다.
“내가 거기에서 30명만 찾더라도 그 곳을 멸망시키지 않겠다.”
“하나님께 감히 또 말씀드립니다. 만약 20명이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브라함이 또 간청하였다.
“내가 그 20명을 생각해서라도 그 성을 멸망시키지 않겠다.”
“하나님! 한 번만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곳에서 의로운 사람을 10명 밖에 찾지 못하신다면 어떻게 하시겟습니까!” 아브라함은 한 번 더 간청하였다.
“그래. 의로운 사람 10명만 있어도 내가 그 성을 멸망시키지 않겠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길을 떠나셨고, 아브라함은 자기 텐트로 돌아갔다.
그 날 저녁, 두 천사가 소돔에 도착하였을 때, 아브라함의 조카 롯은 소돔의 성문 앞에 앉아 있었다. 롯은 그들을 보고 즉시 일어나 땅에 엎드려 인사를 하고 그들을 맞이했다.
“저의 집에 가서 발을 씻고, 하룻밤 주무시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가시던 길을 가시지요.”
“아니오. 우리는 그냥 길에서 하룻밤을 지내려고 합니다.”
그들이 이렇게 대답하였으나, 롯이 간절이 청하자 결국 롯의 집으로 들어갔다. 롯은 그들에게 음식을 잘 차려 대접하였다.
그런데 롯의 집에 손님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소돔의 남자들이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몰려와서 롯의 집을 둘러싸고는 롯에게 소리를 쳤다.
“오늘 당신의 집에 온 그 남자들을 데리고 나와라! 우리가 그 남자들에게 해코지를 하고 싶다!”
롯은 밖으로 나가서 등 뒤로 대문을 닫아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말했다.
“여러분! 이러지 마십시오! 이건 악한 짓입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두 딸을 줄테니 여러분이 원하는대로 하시고, 제발 내 손님들에게는 아무 짓도 하지 말아 주시오!”
“너는 다른 나라에서 온 주제에, 우리에게 재판관처럼 행동하는구나! 당신이 먼저 혼이 나야겠다!”
사람들은 롯에게 달려들어 밀치고, 대문을 부수려고 하였다. 그 때 안에 있던 천사들이 대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롯을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와 문을 닫고, 밖에 모여든 사람들의 눈을 어둡게 만들어 그들이 대문을 찾지 못하게 하였다. 천사들이 롯에게 말했다.
“이 도시에 가족들이 더 있습니까?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도시 밖으로 나가십시오! 이 도시의 죄악이 매우 커서 하나님께서 이 곳을 멸망시키기 위해 우리를 보내셨습니다. 우리는 곧 이 곳을 멸망시킬 것입니다.”
“빨리 이 도시를 빠져나가도록 해! 하나님께서 이 도시를 멸망시킬 것이야!” 롯은 두 딸의 약혼자를 찾아가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롯의 말을 농담으로만 생각했다.
날이 밝아오면서 천사들은 롯에게 떠날 것을 재촉하였다.
“서두르세요! 아내와 두 딸들이라도 데리고 빨리 이 도시를 떠나세요! 여기에 이렇게 있다가는 여러분도 이 도시와 함께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롯은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롯에게 자비를 베푸셨기 때문에, 천사들은 롯과 롯의 아내와 두 딸들의 손을 잡고 도시 밖으로 끌어내고 말했다.
“어서 도망가세요! 절대 뒤를 돌아보거나 중간에 멈추지 말고 곧장 저 산으로 도망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고 말 것입니다!”
“은혜를 베푸셔서 저희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도저히 저 산까지 갈 수 없습니다. 분명 가다가 죽게 될 것입니다! 보세요, 저기 작은 마을이 있는데 거기로 피하면 안 되겠습니까?” 롯이 말하자 천사들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 말을 들어주겠습니다. 저 마을은 멸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거기에 도착할때까지 기다릴테니 빨리 거기로 가세요!”
롯이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해가 떠올라 날이 밝아졌다. 하나님은 하늘에서 불의 비를 쏟아 부으셨다. 죄악 가득한 도시인 소돔과 고모라의 모든 사람들과 모든 땅과 땅에서 자라는 모든 농산물들까지도 완전히 멸망하였다.
아브라함이 아침에 일어나 멀리 소돔과 고모라 쪽을 바라보니 온 땅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그 땅을 멸망시키실 때, 아브라함을 생각하셔서 롯과 그의 가족들을 살려주셨다. 하지만 롯의 아내는 도망을 가던 중에 뒤를 돌아보아 소금 기둥이 되어 버렸다.
롯은 작은 마을로 도망하였지만, 그 마을에 사는 것이 두려워져서 두 딸과 함께 산 속으로 들어가서 동굴에 살았다. 어느 날, 큰 딸이 작은 딸에게 이야기했다.
“우리에게 결혼을 할 남자가 없어서 우리의 가문을 이을 수가 없잖아. 우리가 아버지를 통해서 가문을 이어가자!”
딸들은 아버지가 술에 취하도록 한 후, 아버지를 통해서 임신을 하였다. 롯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큰 딸은 아들을 낳고 이름을 모압이라고 하였고, 작은 딸도 아들을 낳아 이름을 벤암미라고 지었다. 이들은 나중에 모압 민족과 암몬 민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