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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Sep 04. 2022

혼자 사는 삶, 루틴 만들기

결혼 방학 #4

자각. 오롯이 혼자라는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제 혼자인가가 아니라 혼자인 기분을 인지하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깨닫는가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사람들과 함께여도,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인데 내가 상대의 일 순위가 아니어서도 충분히 혼자라고 느낄 수 있다. 그 혼자라는 느낌은 외로움과 함께 올 수도, 괴로움과 함께 올 수도, 혹은 해방감과 함께 올 수 도 있다. 그대는 무엇을 경험해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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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낯선 곳에서 혼자 살아보니 나는 말할 기회가 고팠다. 원격으로 일 한다지만 일을 확 줄이기도 했고, 함께 일 하는 사람들과 큰 수다를 떠는 것도 아니니 일차적으로 함께 살던  그리고 가끔 이야기를 나누던 파주 운정의 동네 사람들과의 대화가 아쉬웠다. 새삼 함께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사는 곳에 아는 사람들이 생겨 마을로 느껴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를 자각했다. 이러한 아쉬움의 반영으로 나에게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그 첫째는 오는 연락에 친절해지기(업무 관련 전화, 심지어 광고 전화도 찾아주어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받는다), 둘째는 평소 잘 연락하지 않던 사람에게도 안부 연락할 마음 들기(특별한 용건 없는 안부 전화는 잘 안 하는 편인데, 심심하니 그냥 생각났다는 이유로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본다), 마지막으로는 혼잣말이 늘었다(원래도 혼잣말을 하는 편이긴 한데 주로 속으로 하는 편이나 듣는 사람이 없으니 편히 밖으로 혼잣말 내뱉는다).  


나는 사실 이러한 자각의 기회를 주는 결핍을 즐기는 편이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주로 상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미생이라 그런가 보다. 이 논리에는 적절한 성장에는 적절한 상처가 따르는 법인데 개인적 경험으로 준비되지 않은 채 입는 무거운 외상 외에도, 가볍게 결핍의 인지를 통해 얻은 마음의 흠집 역시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내가 한 선택에 따른 자각과 상처는 그 후유증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그러니 지금은 기회의 시기이다. 결핍은 내가 만들었고, 나는 그로 인한 감사의 마음도 가지고 있다.  


혼자 사는 삶을 시작하는 나는, 무엇보다 루틴 만들기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사는 삶에는 수많은 장점이 있지만, 내가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오롯이 나의 성향을 반영한 생활, 즉 최적화된 시간 쓰기와 활동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이 혼자 산다고 해서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유혹이 적은 편이라 훨씬 쉽게 도전해 볼 수는 있다. 게다가 혼자 사는 삶에서는 평소처럼 이 맥주는 네가 먹고 싶다니 한 잔, 저 치킨도 네가 배고 고프다니 한입 했다는 등의 탓할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에 오롯이 선택에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  


나는 일단 수면시간을 제외한 하루를 세 파트로 나누었다. 첫 번째 파트는 오전 7시 반부터 12시까지로 그 안에 기상과 아침 운동(수영, 산책, 홈스트레칭), 독서, 언어 학습과 아침 챙겨 먹기를 활동으로 넣었고, 두 번째 파트는 오후 12시부터 5시 반까지로 월, 화, 목, 금은 업무를 수, 토는 자유시간을, 일은 청소 및 유지 활동을 넣었다. 마지막 세 번째 파트는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로 저녁 챙겨 먹기, 저녁 운동(산책, 러닝, 홈스트레칭), 독서, 언어 학습, 미디어 시청 등을 주 활동으로 넣었다. 각자의 활동을 시간을 정해 하진 않지만 구분하여 오전에 수영 교습을 가는 3일은 그 외의 운동은 하지 않고, 나머지 날들에는 일어나자마자 홈트나 바다 산책을 하거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뇌가 인식할 수 있도록 넣어주고 있고, 오전 중 업무 전화가 오며 외근 중이라고 이야기하고 오후에 다시 연락을 하는 식으로 일과들을 비교적 계획에 맞춰 진행하려 조정한다.  


공자가 세상의 유혹에 흔들림이 없는 나이라 칭한 불혹 가까이 살아보니 결국 나랄 것이 내가 일상을 살아내는 습관이지 싶다. 내 논리에 따르면 공자의 말을 틀리지 않았지만, 그가 마흔 이전 이미 흔들리지 않은 생활 습관, 훈련이 되어 있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고, 모든 마흔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미 눈에 보이게 흔들리는 마흔을 꽤 봤다. 그러니 공자가 말한 단단한 마흔이 되고 싶다면 준비해야 한다. 나를 단단히 세우되 겸허하고 유혹에 흔들리지 않되 유연한 그런 40대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혼자 맞는 방학은 그런 준비를 하기에 꽤 유용한 시간이다. 오래 한 집에 살다 보면 쉬이 집 안에 짐이 늘 듯, 함께 살다 보니 내 짐 네 짐 할 것 없이 누구 것인지도 모를 것들이 집 안에 꽤 늘어있었다. 마찬가지로 정신을 차려보니 나 답지 않은, 혹은 내가 지향하지 않거나 고치고 싶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습관들이 꽤 많이 내 삶에 들어와 있다. 아마 그것들은 누구의 탓이 아니라 나의 쉬운 선택으로 내 삶에 들어오게 되었을 것이다. 


함께 살면서도 그것들을 조율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나약한 사람인지라 핑계 댈 사람이 있다면 핑계를 대고 마는 편이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루틴 만들기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고 싶다고 말했음에도 지금까지 하지 않는 것들은 60이 되어서도 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 끊어야지 하면서도 지금껏 하고 있는 것들은 60이 되어서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것을 독한 의지가 아닌 스스로에게 환경 부여하기를 통해 새로운 습관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되어 봐야지. 물론 실패할 수 도 있겠지만 이 얼마나 흥나고 신나는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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