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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Oct 26. 2022

결혼제도에 관한 고찰

결혼 방학 #16

“제발 말씀해 주세요. 나비가 무엇인가요?”

“그것은 네가 앞으로 될 그 무엇이란다. 그것은 아름다운 두 날개로 날아다니고, 또 하늘과 땅을 연결시킨단다. 꽃의 달콤한 이슬을 마시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전해 주기도 하지.”

_ 꽃들에게 희망을 中


생각해보니 내가 결혼을 하나의 제도로 인식하게 된 처음은 아마 2011년이었던 듯하다. 그 시기에 청소년 대상 교육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교육 철학에 대한 글들을 접했고 그러다 버트란트 러셀(Bertrand Russel)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 내 사고방식의 기저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철학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그를 만난 이후 그 자리는 러셀에게 넘어갔다. 그의 책 중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결혼과 도덕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이다. (이 책은 절판되었고, 추후 결혼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재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나는 그 책을 계기로 내가 자라면서 습득한 기독교적 성윤리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조금 더 객관적으로 나의 욕구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결혼, 가족, 성윤리에 대한 불안감, 불편감, 의심스러움 등의 부정적 감정을 털어낼 수 있었다.


그다음 해에 운영하던 멤버십 공간에서 OO 제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는 이라는 토론 모임을 개설하고, 교육, 종교, 결혼  다양한 제도를 주제로 수차례에 걸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소설 즐거운 나의 집 등의 매체들을 기반으로 이야기 나눈 결혼, 가족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방식의 다양성과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아주 재미난 토론이 되었다. 워크숍 룸이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던지라  밖에서 다른 멤버들이 안을    있었고,  안에서 밖을    있었는데 그때밖에 있던 몇몇 멤버들로부터 ‘결혼을  하려고 저런 토론을 한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토론이,  후로도 종종 진행한 연애와 결혼, 관계에 대한 대화의 장들이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적당히 활용하며 사랑과 관계를 키워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보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듯하다.

 

남들이 내게 너는 못할 줄 알았다. 혹은 안 할 줄 알았다고 말한 결혼이란 걸 한지 어느덧 5년이 훌쩍 넘었다. 누군가는 ‘그게 뭐? 나이 차서 결혼하고, 시간이 흐르면 연차 쌓이고 그런 거 당연한 거 아냐?’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내가 대견스럽다. 남들이 너는 못할 줄 알았다는 그것을 해내서가 아니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한 사람을 사랑하고 관계 맺고, 함께 성장하며 더 큰 사랑을 배워가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특해서이다. 나의 10대,  20대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아주 독립심 강한 개인주의자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내가 혼자서도 잘 살 것만 같다. 그리고 한동안 그걸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여전히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지, 나나 그가 혹여 다른 선택권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 관계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런 의구심이, 그것을 확인해 보고자 하는 실험 정신이, 나를 결혼방학으로 이끌었다.


아직 방학은 남았지만 한번 내보고자 마음먹은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의 마감은 코 앞으로 다가왔으니 아직까지의 소회를 말해 보자면, 방학은 자유의 달콤함보다 결핍을 통한 감사의 각성이라는 측면에서 더 의미 있었다. 살아보나 정말 혼자서도 내가 그럭저럭 잘 살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함께 사는 게 더 재밌게 잘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방학을 통해 그 고마움을 느껴야 더 잘 살 동력을 만들 수 있는 게 내 수준인 듯하다. 혼자 지내는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더 늦기 전에 나비가 되어 날아 볼 수 있을까? 더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그것을 내가 오래된 관계인 그와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해 낼 수 있을까? 두고 봐야 알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도전해 보면 알 일이다. 그 길을 향해 걸어 봐야겠다.


결국 변화를 만드는 행동을 하기 위해선 그것을 생각을    있어야 한다. 우리는 듣고, 보고, 경험한 만큼 생각할  있다. 나는  경험을 기반 삼아 상호 만족스러운 결혼을 하려면, 결혼이 무덤이 아니라 성장기가 되려면, 결국 파트너와 함께 생각을 나누고 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철학과 사유, 토론과 공유는 꽤 큰 힘을 가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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