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대학부터 다시 시작, 4년 만에 아트디렉터 되다

SVA 편입해 공모전 휩쓸더니 300:1 뚫고 취직, 이직, 승진까지

by 김수진

정민 씨를 처음 만난 건 한국어-영어 언어 교환 모임에서다. 모임 성격상 한국인들끼리 교류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한국어 원어민과 영어 원어민이 각각의 언어를 연습하는 게 모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모임에나 뒤풀이란 게 있는 법. 일본 식당에 갔고, 정민 씨가 나중에 합류했던 걸로 기억한다. 정민 씨는 이날도 학교에서 늦게까지 과제를 하다가 왔고, 심야영화로 당시 대히트작 ‘바비’를 보러 갈 거라고 했다. 뿔테 안경에 핑크색 집업 후드를 어깨에 둘러멘 센스가 돋보인다 했더니, 역시나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 학생이라고 했다. SVA는 미국 최고 예술대학 중 하나로 실무 중심 커리큘럼으로 업계에서 위상이 높다. 정민 씨는 광고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고, 아트 디렉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과 취향이 명확한 멋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후에는 정민 씨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각자의 삶이 그만큼 바빴다. 그러다 올해 초 내가 먼저 연락했다. 뉴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해보고 싶었고 정민 씨가 떠올랐다. 우리는 (또) K-타운에서 만났고, 효동각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그사이 정민 씨는 학교 다니는 3년 내내 국제 광고 공모전을 휩쓸고, (무려) 심사위원의 오퍼로 인턴을 거친 뒤 제일가고 싶던 회사에 취직해 일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정민 씨는 인터뷰를 하자는 내 제안에 흔쾌히 오케이 했다. 2-3주 뒤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 사이 내게 급히 해야 할 일이 생겨 약속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렇게 흐지부지 되는가 싶었다.


그렇게 미룬 인터뷰가 지난 가을 드디어 성사됐다. 심지어 내 개인 채널용이 아니라 연합뉴스 TV JOB 채널용 콘텐츠로. 연합뉴스 TV가 직업방송 채널을 인수하면서 새로 런칭한 JOB 채널이 유튜브를 개설했고, 뉴욕에서 여기에 올릴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연합뉴스 유튜브팀에서 일할 때 나의 작업물을 좋아해 주셨던 선배의 아이디어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탄생한 ‘김수진의 잡 인 뉴욕’이 첫발을 뗐다. 이제 인턴 아니고, 주니어 아니고, 미국 유명 광고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당당히 일하는 정민 씨의 인터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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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739.PNG '김수진의 잡 인 뉴욕'에 출연한 정민 씨


“대학 졸업하고 25살, 다들 취업할 나이에 미국에서 대학을 다시 간 거죠”


10년 넘게 일한 삽십대 후반의 나는 이십대 후반으로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정민 씨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짝꿍의 주재원 발령으로 뉴욕에 살 기회가 생긴 김에 커리어의 ‘넥스트 스텝’을 찾겠다며 모두가 말리는 퇴사를 감행했지만, ‘이거다’싶은 업을 발견하지도, 나만의 것을 충분히 쌓지도 못한 나는 정민 씨와의 대화 뒤 느긋했던 과거를 돌이켜봤다.


“계산해 보니 학비가 시간당 40만 원이더라고요. 뽕 뽑으려고 악착같이 수업을 들었어요. 수업이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최대한 take away 할 수 있는 걸 배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에서 공부하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학생의 마인드란 이런 게 아닐까. 정민 씨는 재학 중 미국의 유명한 여러 광고 공모전에서 수상해 '공모전 퀸'이라는 별명가지 얻었다. 역시나 '촉이 좋은' 뉴욕의 광고업계는 그의 열정과 태도를 일찌감치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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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는데, 이 회사와 내가 어떤 연관성이 있고,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굉장히 분석적으로 접근을 해서, 공고가 올라왔을 때 바로 지원했어요. 다른 후보자들과 다르게 나여야만 하는 이유가 (포트폴리오에) 담기게 끔 전략을 짰어요. 광고랑 똑같거든요”


“처음으로 면접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했고, 떨린다기보다 오히려 제가 짜놓은 판에서 저라는 사람을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말과 글이 핵심인 광고업계에서 미국에 온 지 고작 3년 된 외국인 유학생이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원하던 직장에 취직한 비결이다. 다시 만난 멋쟁이 정민 씨는 그 사이 더 멋있어졌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최근에 너무 바빠서 계란만 먹으면서 일하다가 응급실까지 다녀온 건 안 비밀입니다만...)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에 직접 만든 광고가 걸리는 걸 보고 싶다는 정민 씨의 꿈, 이뤄지리라 확신한다. 그래도 건강은 잘 챙겨가며 일하시길.


정민씨가 더 궁금하시다면

https://jungmin.work/%08info


‘김수진의 잡 인 뉴욕’ 인터뷰 풀영상은 연합뉴스 TV JOB 유튜브 채널 ‘종로잡화점’ 혹은 케이블 연합뉴스 TV JOB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이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https://youtu.be/eKLz6yLT5k4?si=AOdJPDbQEzGcJy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