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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

모두가 아픈 나날들

by 강지은

엄마는 치매가 가속화되고 그런 엄마를 돌보던 아빠는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여름이를 돌본다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언니가 부모니의 병원이나 살림, 여행 등 삶의 전반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내가 일이 있으면 여름이까지 봐줘야 하니 언니도 무척이나 힘든 날들이었을 것이다.


아빠의 수술이 결정되자 2주 정도 입원 기간을 예상하고 언니는 아빠 병원으로, 나는 여름이를 데리고 엄마집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으나, 엄마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감정기복도 심하고 기본적인 신변처리도 다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자꾸 잃어가는 기억은 똑같은 물음을 끝없이 반복해 함께 있는 사람을 지치게 했다.

아빠는 퇴원을 앞두고 수술 봉합부위 누수로 급하게 재수술을 하게 되었고, 이제 긴 싸움으로 전환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문제가 너무 순식간에 몰려왔다. 언니는 병원에서 아빠를, 나는 집에서 엄마를 보살피며 각자 집안일도 해결해야 하니 참 고되었다.


여름이를 키우면서도 겪었던 수많을 엄마에게서 본다. 그래서 이해가 빠르기도 하면서, 그 순서가 반대다 보니 더 나아질 일보다 나빠질 일만 있다 생각하니 아득하다. 하지만 사람이 늙고 병들고 쇠약해 가는 것은 순리이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되 이 상황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덤덤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내 아이로 인해 내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참 무거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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