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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반

내 친구 여름이

by 강지은

오랜만에 입학식 사진부터 돌려보니 키도 마음도 쑥 큰 여름이
힘들지만, 잘 참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제법 표현도 늘어났다.
미리 체험을 해봤을 정도로 학교급식은 큰 도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 급식실의 소음에 크게 놀라지 않고, 친구 선생님과 함께 잘 기다리며 급식실에 잘 적응했다. 초기 반찬을 거의 못 먹는 여름이를 위해 매일 김을 주시는 영양사선생님도 감사하고, 매일 먹을 수 있을만한 반찬을 메모해서 보내드리면 함께 도전해 주시는 실무원 선생님도 감사하고, 여름이가 새로운 반찬을 먹으면 함께 기뻐하며 나에게 알려주는 친구들은 정말 눈물 나게 귀엽고 감사하다.


하루는 여름이가 책상뒤에서 폴짝폴짝 뛰는 상동행동을 하다가 앞으로 넘어져서 이마를 책상에 찍어서 멍이 들어, 선생님이 하이톡으로 미리 연락을 주셨다. 잘 지켜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시는 선생님께, 여름이가 잘못한 일이니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도 멍든 이마 사진을 보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하교를 기다렸다. 점심을 빨리 먹고 나온 친구가 달려 나와,

"여름이 이모~, 여름이가 오늘 뛰다가 이마를 박아서 다쳤어요. 그래가지고~~~~"

오늘 일어난 일을 열심히 이야기해 준다.

"여름이 많이 울었어?"

"아니요. 금방 그쳤어요"

"그럼 괜찮아. 이제 안 뛰겠다. 그지?"


그때 뒤에서 친구를 아는 선생님이

"OO아 다쳤어?" 하며 알은체를 하니,

"아니요, 제가 아니라 내 친구 여름이가 다쳤어요."

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내 친구 여름이... 되뇔수록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이 오갔다. 여름이 평생에 친구가 한 명쯤은 있을까? 여름이에게도 동그라미 같은 친구가 생기면 좋겠다 늘 생각했는데, 이 또한 낡은 엄마의 걱정이었음을 우리 1학년 1반 친구들이 또 한 번 일깨워주었다.


하교 기다릴 때 급식실에서 교실로 친구들 손잡고 웃으며 뛰어가는 여름이를 보며
그 한계를 미리 재단하지 말자 다짐한다.

유예를 할까, 홈스쿨링을 할까 그것도 아니면 이민을 갈까까지 고민했던 초등학교 입학은 좋은 학교에서 따뜻한 선생님들과 다정한 친구들 덕분에 어려움은 있지만 해낼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여름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힘듦을 배려하되, 걱정되는 마음을 덜어내고 일반적인 경험을 더욱 많이 할 수 있도록 엄마가 겁 먹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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