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도 될까?
요즘 저녁식사 준비할 때면, 주방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놀이터에서 여름이반 친구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인다.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친구들 소리가 들리면 계속 쳐다보게 되고, 여름이도 데리고 나가볼까 고민하게 된다.
나가면 같이 놀까? 인사는 하겠지만, 곧 여름이는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겠지. 잘 모르는 엄마들 사이에 여름이만 쫓아다니며 긴장할 내 모습을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진다. 아무리 학교에서 친구들이 여름이를 잘 대해준다 해도 아이들인데, 같이 놀아주지 않는 아이와 놀이터에서 마주치는 건 그 친구들도 곤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놀이터 하나에 또 고민이 깊어간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한마디 한다.
"여름이가 원하는 것도 아닌데, 나가지 마셔~, 괜히 나갔다가 들어와서 혼자 술 마시지 말고"
헉, 술 마시고 싶을 때 나가야겠다!!!
아직은 저녁 먹고 자기 전 한산한 시간 우리끼리 즐기는 놀이터와 동네산책이 더 재밌다. 언젠가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터에서 더 즐거운 여름이가 있기를 바라본다.
엄마가 맥주 준비하고 나간 어느 날.
첫 번째 놀이터에서는 다른 반 친구들을 만났다. 오여름이다~ 여름이 너무 귀여워~ 같이 놀자
학교가 작다 보니 반은 의미가 없고 같은 학년은 거의 다 아는 거 같다. 여름이도 잠시 그네 멈추고 인사하고 다시 그네 타시고, 친구들과 대화는 엄마가 대신하는 걸로
쿨하게 다음 놀이터로 떠나는 여름이 따라가는데,
"여름이는 몸이 약한 친구죠?"라고 묻는다.
"몸이 약하지는 않은데, 말을 잘 안 하지..."
아직 친구들의 순수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다.
두 번째 놀이터에서 드디어 여름이반 여자친구들을 만났다.
"오여름이다~" 소리에 멀리서도 친구가 나타나고,
"여름이는 뭐 하고 놀아요?" 질문 폭탄 속에 여름이 흐름 따라 친구들이 같이 놀아준다. 그네도 밀어주고, 손도 잡고 같이 가고, 여름이가 하는 대로 운동기구도 같이 타고 논다. 순서도 지키고 나름 두런두런 뭔가 하는 기분 최고네~
여름이의 마이웨이에 지치지 않는 친구들이 제동을 걸어주는 기분이다. Happy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