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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면

다행이고

by 강지은

아침에 등교할 때 보통 두 가지 옷을 보여주고 선택하는데 역시 편한 바지로 선택한다. 선택 자체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제법 잘 골라준다.
그리고 머리핀이나 방울도 본인이 골라서 주는데, 보통은 본인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는 편이다. 오늘 오랜만에 야무지게 양갈래 머리를 묶고 땋았는데 아랫부분 묶는 고무줄을 본인이 선택한 거 말고 다른 걸로 했더니 갑자기 너무 세게 자기 머리를 주먹으로 쾅쾅 쳐서,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끔 공부하다가 너무 어려울 때 그런 경우가 있어도 미리 막거나 바로 잡아서 이렇게까지 강도 높게 저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너무 아파 보여서 같이 잠시 주저앉아 서로 마음을 달랬다. 얼마나 답답하면 저럴까 눈물이 핑 돌았다.
제일 경계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자해나 타해인데, 다행히 여름이가 공격성은 없어서 타해는 안심하는 상황이다. 자해의 경우는 공부할 때 말고는 거의 나오지 않고 보통 다리나 책상을 쾅쾅 치는 정도고 언어로 제재하면 바로 듣는 편이어서 큰 걱정을 안 했다.
보통 마음에 안 드는 방울을 쓰면 "아니" 하며 손을 밀치거나 머리를 돌리는데, 이렇게 격한 반응이 나오니 요즘 여름이가 너무 많이 견뎌내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이가 원하는 방울로 바꿔주고 집을 나섰다.
등굣길에
"다음부터 싫으면 싫어요~라고 말해"
둘이서 열심히 손엑스 하며 "싫어요" 연습해 본다.

이 이야기를 아이친구 엄마에게 하니 "어머, 여름이 취향 생긴 거예요~" 한다.
"아~그런가? 그거 미니마우스 방울이었어"하며 행복회로를 돌려본다.

#느린아이 #자폐스펙트럼 #일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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