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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

생활영어처럼 해주세요

by 강지은

여름이는 요즘 제법 성장세를 보인다. 언제가 폭발적인 성장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했었지만, 아직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보인적이 없다.

우리 아이 기준에서 90까지는 잘 해내는 거 같은데 100을 넘어서지 못하는, 늘 거기서 턱 걸리는 기분이다. 그중 언어가 가장 큰 숙제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우리 중에 에이스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워낙 자조와 눈치가 좋아 얼핏 보면 다 잘하고 우리 엄마들끼리 말하는 그 느낌도 별로 없지 않냐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논하면 고개가 푹 숙여진다. 제법 늘었다 생각해도 검사를 하면 24개월 언저리를 못 벗어나고, 집에서는 단어든 문장이든 말로 표현하는데 학교에서는 여전히 목소리 듣기가 힘든 것 같다. 한날 놀이터에서 만난 다른 반 친구가 나랑 여름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와~ 여름이 목소리 처음 들었어요" 해서 더욱 언어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언어수업 시간에 진도는 계속 나가서 4 어절 스크립트를 한다고 하는데, 막상 "안녕하세요"도 곧바로 안 나올 때가 많다.

선생님들께 이제 생활영어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드렸다. 매일 문 미세요, 당기세요를 읽고 그 행위를 하지만, 미세요와 당기세요도 잘 모를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약간 현타도 왔다.

우리도 오랜 시간 배운 영어가 막상 외국에 나가면 잘 안 나오듯 우리 아이도 열심히 익히고 있으나 곧바로 말이 안 나오니, 결국 생활영어처럼 말로 뱉을 수 있는 연습을 계속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센터에서는 생활한국어를 해주시고, 집에서는 여름이의 모든 행위에 문장을 태깅해 주기로 했다. "컵을 들어요. 물을 마셔요. 컵을 내려놔요"

"훌라후프를 돌려요. 훌라후프를 넘어요."

이 정도는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던 말들도 대혼란으로 입을 꾹 닫는 것을 보면, 잘 시작한 것 같다.

초기 언어치료에서 많이 했던 방법인데, 이제야 이렇게 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여름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단어들을 이제 정리해, 바르게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중증자폐스펙트럼 아이의 육아와 학교생활을 나눕니다. 느리지만 성장하는 아이처럼 엄마의 특별한 육아도 보통의 육아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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