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놀이터 메이트

친구들과 놀아요

by 강지은

놀이터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여름이의 흐름에 맞춰 친구들이 따라다니면서 놀았다면

두 번째 만남에서는

서로 호흡을 맞추며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존중하며 놀이를 했다.


같이 그네를 타고 밀어주기도 하고, 그네 옆 봉에 매달려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눈다. 한동안 쌓인 여름이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묻기도 하고, 나도 학교생활을 물으며 의문을 풀기도 했다. 친구들은 왜 여름이가 말보다는 몸으로 표현하는지가 궁금했고, 나는 여름이가 생각이 복잡해서 말이 빨리 나오지 않아 행동으로 먼저 표현한다고 대답해 주었다.


다른 반 친구가 나에게 "여름이는 뭐 잘해요?" 물으니, 친구들이 나서서 "여름이 수영도 잘하고, 기타도 완전 잘 쳐!!!" 라며 기세등등한 표정과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한참 이야기 나누다 우르르 달려가 높은 곳에 같이 오르기도 하고, 트램펄린도 타고 갑자기 동대문 남대문놀이도 한다. 친구들은 여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는 기세 좋게 딱 붙잡고 동참시키고, 또 전혀 흥미가 없는 놀이는 따로 논다. 잠시 따로 떨어진 여름이에게 "친구들 저기에서 노는데 같이 놀까?" 물으니 거부 없이, 친구들에게 다가가 어울린다.

요즘 여름이 최애 "라떼 쎄쎄쎄"도 친구랑 시리즈로 하는 모습 보니 여간 자주 하는 게 아닌 듯하다.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나누는 대화도 참 재밌다.

"학교에서 여름이 도와주기 힘들지 않아?"

"그냥 보살펴지는데요."

그냥 보살펴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그날 이후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우리 집 베란다 문이 열리고 여름이가 보이면

"여름아!!!" 부른다.

"여름이 놀이터에서 놀 수 있어요?"

"응 우리도 바로 나갈게"

급하게 준비해서 내려가니 놀이터 앞 엘베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환하게 웃으며 "여름아" 부르는 친구들 모습에 내 마음도 맑다. 그렇게 하루이틀이 쌓여 어떤 날은 내가 집에서 친구들을 보고 부르기도 하며 놀이터 멤버가 되었다.

서로 엇갈린 어느 날, 휴대폰이 없는 여름이 대신 내 휴대폰 번호를 교환했다. 이제 같이 놀고 싶으면 전화가 온다.


이제 친구들의 궁금증은 여름이 휴대폰이다.

"여름이는 휴대폰 언제 생겨요?"

"여름이가 사달라고 하면 사줄 거야"

언젠가 그날이 오겠지!!!



중증자폐스펙트럼 아이의 육아와 학교생활을 나눕니다. 느리지만 성장하는 아이처럼 엄마의 특별한 육아도 보통의 육아로 나아갑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언어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