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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1 건강검진

힘들지만 해냈어!

by 강지은

구강검진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원래 가던 치과에서 검진받아 결과표만 전달하기로 하고, 오늘은 미뤄왔던 건강검진을 받았다.
시력검사는 예민한 감각 때문에 쇠주걱으로 눈 가리는 것이 안 돼서 작년까지는 못했는데, 오늘은 계속 설명하고 설득하니 받아들여주었다. 오류가 좀 있었지만, 양쪽 1.2, 1.0으로 측정 완료!!! (특성상 몇 번 반복되면 아무 대잔치, 3번 물으면 2번 정도는 맞추니, 선생님이 그 선에서 체크하신 듯하다)
청력검사는 삐 소리 나는 쪽 손을 들라고 하는 지시 자체를 이해시키는 게 어려워서, 간호사분과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설명하고 모델링해서 겨우 통과~안 들릴 걱정은 없지만, 집에서 연습을 해봐야겠다.
제일 고비가 혈압 측정이었는데, 기계로는 계속 실패하고 간호사님이 수동으로 측정해서 보통 혈압으로 마무리했다. 부풀어 오르고 조이는 감각에 불안이 맥스가 되니 계속 소리 내고, 소리를 내니 혈압은 올라가고...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협조해서 잘 끝냈다.
나머지는 큰 무리 없이 다 따라주어서 긴 시간 걸리지 않았다. 혈압 잴 때 약속한 거 잊지 않고, 약국 가서 뽀로로 비타민 사고 오늘의 미션 종료

병원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공포였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병원을 두려워하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참고 협조해 주는 모습을 보면, 아이의 삶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한 번 깨닫는다. 어림짐작으로 이럴 거야?를 아직은 상상하기 힘든 여름이에게는 수많은 경험과 따뜻하고 상세한 설명과 이해, 기다림이 그 짐작을 대신해 줄 수 있다.

소아과 진료에서 입을 벌리는 것도, 청진기를 배에 가져다 대는 것도 그냥 한 번에 된 것이 없다. 지금 다니는 소아과 선생님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시고,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오며 가며 들러서 적응시간을 가져도 좋다고 해주시고, 늘 잘한다 예쁘다 칭찬해 주시는 세월이 있었다. 한때 여름이 산책 코스 중 하나가 소아과 방문이었던 적이 있었으니 감사한 마음 늘 가지고 있다. 진료실 들어갈 마음의 준비만 1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짜증 내거나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셨다. 아직은 귀도 코도 볼 수 없지만, 또 시간이 흐르면 이 또한 가능해질 것이다.

여름아! 우리 함께
지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가자.



중증자폐스펙트럼 아이의 육아와 학교생활을 나눕니다. 느리지만 성장하는 아이처럼 엄마의 특별한 육아도 보통의 육아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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