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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Nov 08. 2021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에 의한

<연결x세대의 독서>

시니어의 부상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로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되면서 고객은 가격과 가치를 더욱 고려하면서 소비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디지털 중심의 경제가 빠르게 가속화 되면서 온라인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5060인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소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가 발표한 <2019-2020년 소비패턴과 코로나 시대의 소비변화>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1월 전체 유통 매장에서 모바일 결제수단 사용 증가율이 50대와 60대가 가장 컸다고 한다. 이는 디지털 취약계층으로만 여겨졌던 시니어들이 점점 디지털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세계가 급격하게 노령화되고 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예측해 볼 때 2030년에는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가 약 35억 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국가별로 60세 이상의 인구비중을 살펴보면 일본 38%, 독일 34%, 영국 28%, 미국 26%, 중국 25%, 한국 25%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중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의 <2020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국내 인구의 15.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약 20.3%에 이르러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니어 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MZ 세대에만 집중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과 글로벌 노화연맹(GCOA)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약 1/7 정도만이 시니어에 대한 비즈니스 계획과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지만 최근 여러 기업들이 ‘시니어 맞춤형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시니어에 특화된 음성인식과 음성합성 모델을 적용하고 단어나 속도 등도 고려한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 오팔(NUGU Opal)'을 출시했으며, 한글과컴퓨터의 계열사인 한컴위드는 시니어 데이케어 서비스인 '한컴 말랑말랑 행복케어'를 통해 인지훈련 치매예방 가상현실(VR)과 상호교감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 활용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도 CJ프레시웨이는 시니어 전문 식자재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으며, 디지털스마트펀랩은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문화 교육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에게 독서가 필요한 이유

국내에서 시니어들의 여가문화 콘텐츠의 수준은 양적이나 질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문화 전반에 걸쳐 시니어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시니어들은 은퇴 후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긍정적인 요소(도전, 성공 등) 보다 부정적인 요소(건강, 인지기능의 상실 등)가 더 많이 작용하는데 독서가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울증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 서섹스 대학교(University of Sussex) 인지심경심리학과 연구팀은 독서, 산책, 음악 감상, 비디오 게임 등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줄여 주는지를 측정했는데, 그 결과 독서가 스트레스를 최대 68%나 감소시키며 가장 좋은 효과를 보였다. 또한 독서요법치료는 인지행동치료의 하나로 가벼운 우울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독서는 시니어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첫째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책을 지속적으로 읽게 되면 일상적인 사건들의 회상 능력이 증가하고 이는 두뇌 신경망을 강화시켜 준다. 둘째 의사결정 능력이 강화된다. 독서를 통해 개념형성, 기억력, 도형 지각 능력 등 정보처리 속도와 정확성에 관여하는 유동성 기능(Fluid Intelligence)이 강화되어 문제 해결을 위한 분석과 추론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셋째 인지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어 알츠하이머(Alzheimer)나 치매(Dementia)와 같은 심각한 인지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미국 러시 대학교(Rush University) 의료센터 연구원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독서가 치매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 Robert S. Wilson, Patricia A. Boyle, Lei Yu, Lisa L. Barnes, Julie A. Schneider, David A. Bennett, "Life-span cognitive activity, neuropathologic burden, and cognitive aging", July 3, 2013, Neurology) 넷째 수명을 연장시킨다.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독서자 3,635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비독서자보다 사망 위험이 20% 감소했고, 23개월 더 오래 생존했다고 한다. (※ Avni Bavishi, Martin D.Slade, Becca R.Levy, "A chapter a day: Association of book reading with longevity", Vol. 164, Pages 44-48, September 2016) 다섯째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여섯째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이처럼 시니어에게 독서치료(Bibliotherapy)는 매우 중요하다. 독서치료는 선택된 독서 자료의 내용이나 그 속에 내재된 생각이 책 읽기나 독후 활동을 통해 독사의 발달적 과정에서의 문제 혹은 특정한 장애문제를 치유하는데 정신적 심리적으로 도움을 준다.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교육기관,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복지기관, 병원 등에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 독서치료는 책, 문학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biblion’과 의학적으로 ‘돕다, 병을 고쳐주다’를 의미하는 ‘therapeia’가 합쳐진 용어에서 유래되었으며, 1916년 크라더스(Crothers)에 의해 독서치료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니어 독서 방안 및 독서 방법

이처럼 독서활동은 노인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유도하고 건전한 여가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읽기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책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연령이 높아져도 독서율이 줄어들지 않고 독서가 습관화된 평생 독자가 많은 편이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시니어 대상 독서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 5개년 기본 계획>을 통한 ‘독서 치유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은퇴 고령인력이 도서관이나 박물관의 다양한 인문매개자로 참여하도록 교육 및 활동을 지원하며, 거동이 어려운 노인시설 등에 찾아가거나 모셔오기, 그리고 자료 배달서비스나 큰활자책 제공 및 서고 지원 등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러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들을 살펴보면 시니어의 독서 비중이나 독서량이 무척 저조한 편이다.

시니어 출판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시니어들을 위한 콘텐츠가 많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과 방법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해 나가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필요하다. 취업, 창업, 건강, 노후생활, 반려동물, 여행, 금융 투자, 패션 등 시니어들이 현실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다. ‘서해문집’, ‘청미’, ‘나무생각’, ‘백화만발’ 출판사 등에서 이러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지만 더 많은 출판사들의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읽기 편한 큰글자 도서 제작을 확대해야 한다. 노안으로 인해 일반 형태의 도서를 읽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단행본, 잡지, 만화, 그림책 등 여러 분야에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큰글자 도서 제작이 필요하다. 단순히 판형과 폰트 크기만을 키우는 형태가 아니라 큰글자 도서에 맞는 기획과 편집이 적용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셋째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 디지털 형태의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 환경을 제공한다. 시니어들도 스마트 디바이스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본인이 읽기 편한 스타일로 설정하여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독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전문 내레이터가 들려주는 오디오북은 시니어들에게 최적의 독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스마트 환경을 이용하기 위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넷째 도서관이나 서점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시니어를 위한 전담 공간, 분류, 이벤트 등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처럼 시니어들이 자유롭게 상담을 하거나 추천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면 자연스럽게 독서 경험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섯째 정부에서 시니어 도서 제작이나 시니어 독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에 의한 시대

비대면 시대에 시니어에게 필요한 문화를 제공하고 사회적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노령화의 가속화로 경제, 사회, 문화, 산업 전반에서 젊은 세대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과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시니어의 사회적 영향력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여러 요소들에 대해 더욱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독서가 주는 지적, 정서적, 실용적 유용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시니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나서 시니어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세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독서치료와 관련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제도적 지원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에 의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21년 5+6월호 (통권 525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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