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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단독주택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엔 어김없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투자 목적의 꼬마빌딩이나 빌라들이 들어선다.
이 사진 속 집 옆에도 굉장히 멋진 단독주택이 있었다.
정면에서 봤을 때 지붕이 한쪽 방향으로 내려오는 직삼각형 형태였고 그 지붕 중간에서 2층 방이 튀어나와 있었다. 벽을 따라 지붕으로 담쟁이넝쿨만 좀 올라가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외관이 마음에 들어 가격을 알아볼까 생각도 했다.
문 너머로 정원을 들여다보니 살던 사람이 떠났는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이 헐리고 네모 반듯한 빌딩이 올라갔고 아마도 주변의 주택들은 덕분에 일조량이 크게 줄어들었을 거라 예상된다.
해외로 나가 굳이 교외도시까지 찾아가 오밀조밀하게 재미있는 골목길 같은 일상을 즐기지만, 정작 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돈 앞에선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인가 보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돈은, 사랑입니다’라는 제목의 재테크 서적 광고를 마주하고, ‘돈=사랑 이라면 사랑=돈’, 정녕 "사랑은, 돈입니다"라고도 말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제발 내용은 금전만능주의가 아닌 유명한 펀드매니저라는 저자분 미소같이 따스한 내용이길 바랐다.
사람이 백이면 사랑도 백 가지 일 수밖에. 광고 문구 한 줄이 오래 남아준 덕분에, 나는 내 자식에게 돈이란 사랑 말고 무엇을 전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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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Planar CB 80mm F2.8 T*
HARMAN Kentmere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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