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정의하다
우리에게 침팬지 과학자로 잘 알려진 제인구달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며칠 전 91살의 나이로 그 찬란한 생을 마감한 구달 박사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과학자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남다르게 사랑했던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평범한 일을 하면서 어느 날부터 꿈꿔오던 아프리카라는 곳을 가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비행기값을 모은다.
동물 다큐멘터리가 차츰 인기가 있기 시작하던 60년대, 26세의 구달은 탄자니아의 곰베 스트림(곰베 국립공원)에서 다큐멘터리 감독과의 인연으로 일을 시작했고 과학적인 실험이나 탐구라는 것에 생소했던 그녀는 무작정 침팬지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기록한다. 이것이 동물학에서 우리가 흔히 하는 '관찰학'의 시초가 된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다른 동물과 인간을 다른 점이라고 정의하고 있을 당시 그녀는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또한 침팬지들도 복잡한 사회 구조, 감정, 가족 관계 등 다양한 행동 양식을 지닌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학계는 '인간'과 '도구'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게 되었다.
그 이후 그녀는 학교로 돌아가서 박사 학위를 받고 계속해서 동물학계에 이름을 알린다. 동물들은 생각도 지능도 없이 인간이 식량으로 또는 재미로 사용할 수 있는 종속적인 물건쯤으로 생각하던 시대에 동물도 감정이 있고 지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설득하려 애썼다.
인간도 동물이다.
오래전 어느 과학자가 어떻게 동물이 감정이 있고 지능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느냐라고 묻는 질문에 한시의 주저 없이 어릴 때 키우던 개 러스티(Rusty)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에서야 개가 지능이 높고 인간과 여러 가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이 당시만 해도 많은 학자들도 동물의 지능과 감정을 믿지 않았다.
구달 박사는 과학자로서의 업적보다 보존 운동가로서 전 세계 강연, 책 저술, 미디어 활동을 통해 환경 위기,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보전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더 유명하다. 제인 구달 인스티튜트(https://janegoodall.org/)를 통해 그녀는 끊임없이 동물과 지구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알리는데 그녀의 평생을 보냈다.
우리도 결국은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일 뿐이다.
어쩌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우리에게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세상이 더욱더 어두워지고,
미래는 희망을 잃어갈 때,
강한 소용돌이 속에 약하게 타오르고 있던 촛불 하나가 꺼지는 듯하다.
구달 박사는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2016년 그녀가 쓴 희망의 밥상(Harvest for Hope) 책을 읽은 후로 나는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애도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조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