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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가 불러온 현실, 미래

다시 늘어나는 범죄들

by coder

요즘 외국, 특히 미국과 영국등에서 보고되고 있는 범죄 중 하나가 "구인 사기"다. 한국에서도 캄보디아의 범죄 집단 등이 최근 많이 시사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 사는 나도 요즘 하루에 한 두 건쯤 사기 문자를 받는다. 문자의 내용은 보통:

일당 500불 보장,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시금 80불, 데이터 입력, 경력 무관


요즘처럼 취업하기 힘든 때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솔깃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요즘은 범죄자들의 수법도 다양해지고 꽤 복잡해져서, 한참이나 이런 사기에 연루돼 있다가 몇 달 후 알게 되는 경우다 많다.


가상회폐에 관한 이야기, 또는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왜 요즘 들어서 여러 가지 갖가지 범죄들, 심지어는 한참 동안이나 자취를 감추었던 유괴 등 옛날 범죄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범죄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는 바로 가상화폐 때문이다.


죄는 미워하되 죄를 진 사람을 미워하지는 말라고 했던가?

최 첨단 기술을 가지고 우리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를 약속한 가상화폐를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가상화폐 투자로 재미를 좀 보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가상화폐 특히 요즘 소위말하는 '스테이블 코인'등의 등장으로 세상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다시 취업 사기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내 친구 중 하나는 코로나 직후 테크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가 정리해고를 당했다. 처음에는 받던 만큼의 연봉을 받고 싶어서 거절하던 자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얼마 전부터는 인공지능 때문에 뽑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면접 자리도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헤드헌터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문자의 내용도 그럴싸했고, 들어봄 직한 제법 큰 회사여서, 면접 준비를 했다. 면접은 코딩 인터뷰 2시간 그리고 매니저와의 면접 한 시간이었다. 면접을 끝내고 한 주 후에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시한 연봉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아서 연봉 협상을 2주나 했고, 결국 시작 날짜를 잡고 얼마 남지 않은 백수 생활을 청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대했던, 첫 출근.

물론 재택근무라 회사로 출근은 안 했지만, 동료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메일도 받았고, 팀과의 첫 미팅도 가졌다. 그런데 문제는 약속했던 회사 컴퓨터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사과에서 보냈다는 회사 컴퓨터는 애플의 중국 공장에서 바로 이 친구의 집으로 오는 것이었는데, 세관 때문에 잡혀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에서는 우편물 도착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우선 자신의 돈으로 컴퓨터를 사서 일을 시작하라고 했다. 좀 이상한 면이 있었지만, 팀원도 만나보고 프로젝트도 그럴듯해서 별 의심 없이 회사에서 보내준 링크를 열었는데 애플스토어와 비슷하게 생긴 온라인 상점이었다.


회사는 보안 때문에 일반 애플스토어에서는 제품 구매가 안되고 이 상점을 통해서 회사 이름, 직원 번호등을 넣고 장비를 구입한 후에 그 영수증을 회사로 보내면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 이미 이 시점에서 회사 직원들도 다 만나고, 회사 배지, 회사 로고가 박힌 재킷까지 받은 친구는 이 것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결제를 시작했다.


결제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상화폐 지갑을 만들면 10%를 할인해 주겠다고 했다. 컴퓨터 $2500불과 $1000불짜리 아이폰 그리고 $550불의 헤드폰까지 10%면 큰돈이다. 조금 이상해서 회사 인사과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받은 할인 금액은 개인이 가질 수 있고 영수증은 100% 금액으로 처리해 준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가상화폐 지갑은 원치 않으면 돈을 받고 바로 닫아버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빨리 흥미로운 첫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결제를 마쳤다.


결제를 마치고 나자마자 여러 가지 결제에 관련된 알람이 오기 시작했다. 알람은 총 10회에 넘게 거쳐서 이 친구통장 잔고를 완전히 바닥내었다. 뒤늦게 은행에 전화하니 이미 통장 잔고는 바닥났고 결제가 제3 어플을 통해 가상화폐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직원의 설명.


이 친구는 서둘러 회사 인사과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그 후 연락이 없다.

여태껏 인사과 직원의 전화 번로로 찍힌 번호는 진짜 회사의 대표 번호 였지만 전화를 해서 인사팀에 확인을 하니, 이 친구를 고용한 적도, 이 친구에게 연락한 흔적도 전혀 없었다.


고용사기 당하신 것 같아요. FBI에 신고하셔야 합니다.
요즘 이런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 일은 사실 일 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내가 이 일을 친구에게 들은 것은 엊그제였다. 너무 창피하고 사기 당한 자신이 바보 같아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가, 재 취업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이제는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잃은 돈은 약 천만원 가량, 이 정도라 다행이라고 말끝을 흐린다.


범죄에 사용되는 가상화폐

최근 범죄 사기들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가상화폐를 꼽았다. 70, 80년대를 살면서 살벌했던 유괴 사건들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우리 어렸을 때는 정말 유괴, 납치, 인질극 등의 사건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러다가 90년대에 들어서 이 같은 범죄가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 '현금' 덕이었다. 현금을 주도 면밀하게 관리하는 정부가 돈이 범죄에 쓰이면, 이 것을 철저하게 끝까지 찾아내고 범인들을 벌했기 때문이다. 바로 현금의 정부 관리 덕분으로 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이루게 된 것이다.


또 현금은 그 부피가 커서 실제로 범죄자들이 자유롭게 운송하고 감추기가 어렵다. 그런 이유로 많은 범죄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가상화폐가 출현하면서 뒤집었다.

요즘에는 모든 범죄자들은 가상화폐를 통해서 거래를 한다. 국가가 통제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많은 범죄들이 스멀스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가상화폐는 화폐로서의 용도 보다 투자와 범죄로의 사용된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가상 화폐 추종자들은 여전히 정부의 간섭 없는 유토피아적 물물교환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만든 사회는 아주 어둡다.


우리는 몇몇의 부자를 위해서 이런 수단을 만들고 또 열광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만들기 위해서 써야 하는 에너지는 지구를 망가트리고 있고, 우리는 조금이라도 나에게 득이 될까 싶어서 선뜻 이런 상품에 투자를 고려한다.


가상화폐 가치가 계속 올라가면 우리는 소수의 극 부유층을 만들고, 가상화폐가 추락하면 결국 국민의 혈세로 그 피해를 다 보상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지구는 더욱더 망가지게 된다.


이코노미스트 참고 - https://www.economist.com/1843/2025/07/04/how-tether-became-money-launderers-dream-curr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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