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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큐레이터 Aug 02. 2024

재회 말고, 새로운 시작




 일기를 쓰겠다 마음 먹은 순간.

그날 하루 종일 들었던 노래가 루카스 그레이엄의 Love someone 이었다.

7Years 곡이야 질릴만큼 들었었는데, 이웃의 지난 글에 Love someone 추천 때문에 가수의 다른 곡들을 찾아 들었다. 어느 유튜버가 영화 러브로지에  이 곡을 삽입하였길래, 이걸로 시작해본다.

(영화도 음악도 너무 좋은데 올린 영상들을 보아하니 앞으로 찾아 듣는 유튜버가 될 것 같다.)


기왕에 이별했다는 걸 널리(?) 알리게 되면서, 옛 노래 2곡을 플리에 마저 담아 지금아니면 언제 떨어보겠냐고, 사치를 부려 청승을 떨고 바다를 짧게 다녀왔다.



재회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냐는 물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서너번 들으면서,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 마음을 마주하였다.


 실은 나는 지난 겨울 이미 한 차례 버려졌다.

내 노력은 그 사람에게 별다른 감흥이 없었고, 내 마음은 상대에 대한 원망보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찼다. "그냥 좋은 사람으로 서로 기억되기만을 바란다"는 그녀의 말이 참 이기적으로 들렸다.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그 마음에 들어가곤 했다.


이제는 그 사람을 생각해도,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더는 내 감정의 온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쉬는 날의 대부분은 여행을 가거나,  혹은 반짝이게 빛났던 지난 시간의 사진들을 갤러리에서 지우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이동을 위해 짐을 싸며 버릴 것들을 하나씩 비워내고 있다. 다행히 오늘은 체력이 남아 기어코 아파트 단지에 있는 헬스장을 가보았고 한동안 열심히 다니겠다 스스로에게 다짐하였다.

 

  일기를 이곳에 쓰면서 꽤나 지난 추억들이 많이 떠올려진다. 단지 이번의 이별만이 아니라 내 지난 사랑, 사랑했던 사람들의 장면들이 듬성듬성 떠올려진다.


  나는 진취적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던 사람들을 좋아했다.

 성실한 사람들을 존경했다. 때론 연약한 모습을 내게 보이고 내가 챙기고 위로할 틈을 자연스레 내어주던 이를 사랑했다.설령 보폭이 다르더라도 발걸음이 빠른 나를 붙잡고 같이 보폭 맞춰 달라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있었고, 반나절 내내 함께 음악을 들으며 침묵이 어색하기보단 함께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었으며, 서투름과 능숙함이 기준이 되기 이전에 장난스러운 행동 속에 배려와 미소, 그리고 진중함이 필요할 때 차분함이 있는 이들과 연애하였다. 대부분이 참 긍정적인 사람들이었고, 섬세하고 배려를 많이 해주던 사람들이었다. 일할 때 미소 뒤에 슬픔을 감춰 두었다 둘만 있게되면 내게 투정부리며 어깨를 빌려달라 요청한 사람이 있었고, 순간순간을 고맙다고 말해주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면모들이 지금의 내가 되어갔다.

 단지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면, 내게 좋은 추억이 되어주고, 좋은 것들을 많이 남겨준 이들에게 그만큼 나도 좋은 사람이었길 바란다.


 어른이 될수록 삶은 잔인하고 피곤한 면모가 많아진다. 꼭 봐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어볼 이들도 저마다의 삶의 방향에 따라 놓아버리게 된다.

 애써 붙잡고 만나려는 이들보다 내 곁에 머무는 소수의 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더 소중해진다. 그래서 함부로 가까워지거나, 인연을 애써 만들지 않는다. 다만 역설적으로 운명처럼 생기는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길 줄 알게되고, 스쳐가는 인연이더라도 감사하게 여길 줄 알게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건 그만큼 신중하고 어렵지만 용기내어 시도하는 일이 되었다.

 

 7월까지 이렇게 계절이 지나간다. 계절이 바뀌면서, 삶의 변화들이 다채롭게 이어지면서, 새롭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길. 급하지 않게 그러나 너무 느리지 않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는 생기가 돌곤 했다.

 아직 여름인데 나는 벌써 가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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