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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Crown Apr 30. 2017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배우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저 / 을유문화사

잡스는 점의 '연결'을, 최재천 교수님은 '통섭'을 말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이 말을 가장 잘 담아낸 책이다. 건축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유현준 교수님(저자)의 통찰에 놀랐다. 이번 글은 #건축 #발상 #디자인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책을 풀어본다. 영감이 되기를. (책을 선물해준 G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목차>


1. 건축 이야기

#개선문 방사형 도로의 숨은 이야기

#소프트웨어로써의 건축 개념

#뉴욕 TKTS 부스


2. 발상 이야기

#건축에 물리를 더해

#모닥불과 TV

#돼지와 아파트


3. 디자인 이야기

#한국적 UI(유저 인터페이스)

#조선적 디자인과 한국적 디자인


4. 책을 덮으며

#전반적인 평가

#글을 쓰는 이유



1. 건축 이야기


#개선문 방사형 도로의 숨은 이야기

... 파리를 방사형의 도로망으로 만들어서 모든 길들이 주요 간선도로로 연결되고 그 도로는 다시 개선문 광장을 향해서 방사형으로 모이게 되어 있다. 만약에 시민들이 봉기를 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 간선도로로 모이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개선문 위에 대포 몇 개만 설치해 놓아도 간단하게 모든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어쩐지 어울리는 파리의 개선문 속에 이런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니. 문득, 투쟁이란 당시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도 국민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 중에 있다. 다시금 새로운 대표를 뽑아 그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 장미 대선은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끝까지 주시하자.



#소프트웨어로써의 건축 개념

루브르는 처음 로마의 병참 요새로 시작해서 왕궁이 되었다가 시대가 지나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게다가 중정에 초현대식 유리 피라미드도 증축되었다. 그러면서도 파리의 대표적인 건축 문화재로 당당하게 거론된다. ... 우리나라에서는 왜 수라간에 레스토랑이 있고 경복궁이 박물관으로 사용되면 안 되는 걸까? 더 이상 건축 문화재를 박제시켜 놓고 우상화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숭례문이 불타고 재건되었다고 해서 건축적 가치가 사라지는 걸까? 이 질문에 저자는 건축을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운영체제에 업데이트가 있는 것처럼 건축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벨베데레 궁전 내부

나도 저자의 생각과 같다. 클림트의 '키스'가 돋보이는 것은 작품 자체의 아우라뿐 아니라 작품이 전시된 벨베데레 궁전 자체가 관람객에게 주는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반면, 경복궁은 외관만 볼 수 있어서 그 매력을 온전히 감상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복궁이 미술관으로 변화해 천경자 선생님의 작품이 걸리면 어떨까? 기대된다. 아무튼 아꼈다가 똥 된다!



#뉴욕 TKTS 부스

... 그런 장소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이 티켓부스는 지붕을 계단으로 만들어서 계단에 앉은 사람들이 그 많은 광고들을 하나의 영화로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주변의 건물들이 쏟아 내는 엄청나게 공들인 네온사인과 영상들을 보는 극장이 탄생한 것이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며 디자인에 더하기를 멈춘 하라 켄야가 떠올랐다. 지금 브로셔를 만들면서 인쇄 시 가성비가 좋은 페이지 수를 고려해 빼곡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소심하게 고민해본다.



2. 발상 이야기


#건축에 물리를 더해

걷는다는 행위가 시속 4킬로미터로 이루어지는 경험이다.

저자는 보행자의 이동을 빠르다 혹은 느리다의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객관적 지표로 제시하기 위해 운동 에너지 계산법을 건축에 도입했다. 우리가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물리 공식을 건축에 응용한 것이다. 나도 그 공식 아는데.. 발견은 멀리있지 않다.



#모닥불과 TV

원시 시대 때의 모닥불은 현대에 와서 거실의 TV와 부엌의 가스 불로 나누어졌다. 음식을 하는 불이 부엌으로 이동하면서 현대인은 거실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고, 그 거실에는 불의 흔적으로 TV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사람이 사는 모습은 수 천 년의 시대가 지나가도 그 형식이 조금 바뀔 뿐 그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재밌는 비유라 피식했다. 주말에 TV를 틀어두고 멍하니 쉴 때가 있다. 이는 DNA에 새겨진 멍 때리는 방법일까.



#돼지와 아파트

우리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고 매월 대출금을 갚는 것은 옛 선조가 자신의 식량을 아껴서 돼지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돼지와 아파트는 다르지만 같은 기능을 하는 사촌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재밌는 비유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값을 올리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든 것처럼 돼지도 최근 '한돈'이라는 이름으로 비싸게 팔리고 있다. 과연 관리나 제대로 되는지 확실한 차별점이 있는지 의문이다. 아파트든 돼지든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3. 디자인 이야기


#한국적 UI(유저 인터페이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오는 식, 즉 한 번에 모든 음식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쫙 깔려서 차려진다. 반면에 서양 음식은 전식부터 후식까지 순서대로 음식이 나온다. … 구글은 흰색 페이지에 검색어만 찾을 수 있게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반면에 네이버는 첫 페이지에 현재 나오는 주요 뉴스가 한 페이지 가득 펼쳐져 있다. 구글이 한 번에 하나씩 나오는 서양 코스 요리 같다면 네이버는 한상 가득 차려 나오는 밥상 같은 구성이다.

(좌측부터 순서대로 구글 메인, 네이버 메인, 크롬 확장 프로그램 Muzli 메인 화면)


사실 이 책에서 디자인 분석까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구나 국내에서 네이버가 강세인 이유를 식문화로 설명하다니, 한국적 UI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분석이 아닐까 싶다. 구글 크롬을 사용하면서 기본 페이지가 허전해 MUZLI라는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쓰는데, 나는 아무래도 한식이 좋은가 보다.



#조선적 디자인과 한국적 디자인

특강을 하다 보면 종종 “어떻게 하면 한국적인 건축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접한다. 필자는 일단 이 질문에 한국적인 것과 조선적인 것은 다르다는 말로 답을 시작한다. 우리가 한국적 전통이라고 하는 것들은 주로 조선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 과거를 지나치게 폄하해도 안 되지만 미화해서도 안 된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적 디자인을 담아낸 제품이 인기리에 판매된다고 한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시구를 담은 텀블러는 베스트다. 조선적 디자인을 슬슬 탈피해가는 신호라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박물관에 가서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이미지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샵)

4. 책을 덮으며


#전반적인 평가

머리말에 아무쪼록 지루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저자가 말한다. 그의 우려와 달리 이 책은 중간에 느슨해지는 구간이 있음에도 처음과 끝의 내용이 흥미로워 전체적으로 재밌다. 책의 내용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한국 도시 건축 그리고 나아갈 방향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아무쪼록 전공에 상관없이 매우 추천한다.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쓴다는 것은 건축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건축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도구인 글을 통해서 건축 전공자 밖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건축은 건축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 사용자와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내가 그간 고민하던 '디자이너가 글을 써서 어디에 써먹을까?'에 대한 힌트를 제시해주는 글이다. 아직 나는 디자이너로서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도구로 내 브런치에 글을 쓰진 않는다. 정확히는 개인의 기록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는 더 친절한 글(보편적 의사소통)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총


서촌의 한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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