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essine Mar 24. 2019

이탈리아 파르마(Parma)

맛 소문 듣고 왔소이다!

너, 그 맛 기억나지?!


밀라노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과 파르마(Parma)로 여행 갈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만 못 가게 되었다. 재미있게 음식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들려준 얘기에, 나는 그들이 맛본 음식의 맛을 공감할 수 없어 아쉬웠다.

 Vicky : 쉘리! 파르마 프로슈토랑 치즈 기억나지?

 Shirley : 절대 못 잊지. 또 가고 싶어! 음~~~(냄새 맡는 코를 흉내 내며)

얘들아, 나도 이번에는 파르마 가서 너희들이 말한 그 엄청난 맛의 프로슈토, 살라미, 치즈를 다 먹어볼게!


#루카(Lucca)에서 파르마(Parma)로

루카에서 밀라노로 올라가기 전에 꼭 들리고 싶은 도시가 있었다. 바로 음식의 도시 파르마(Parma)다. 파르마(Parma)는 루카(Lucca)에서 차로 약 1시간 50분 정도로 Toscana가 아니라 Emilia-Romagna 주다.

한국분들 중 이탈리아 요리 공부를 하러 알마 ALMA학교에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학교가 파르마에 있다.

이탈리아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한, 그만큼 음식 역사가 깊고, 맛이 좋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파스타, 피자뿐 아니라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엄청 많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프로슈토(Prosciutto)와 살라미가 있는데 파르마 표가 꽤나 알아준다. 프로슈토와 살라미가 파르마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현지 이탈리아인들도 한번 이맛을 본 사람이라면 파르마의 음식은 확연히 다른 지역과는 비교가 안되게 맛있다고 이야기한다.


*프로슈토 Prosciutto : 이탈리아 표 햄. 말린 돼지고기 요리

*살라미 Salami : 프로슈토처럼 말린 햄의 일종으로 발표시킨 요리

 by 위키백과 - 역사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으며 많은 농민들이 작은 방에 소시지를 저장해놓고 일 년 내내 말려서 신선한 고기의 맛을 느낄 수 있었으므로 사랑받았다.  


파르마 시내는 매우 조용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났음에도 골목은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파르마에 온 단 하나의 이유

Trattoria Corrieri 식당은 Vicky의 소개로 가게 되었다. 파르마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식당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음식 하면 파르마, 파르마 하면 이탈리아 음식!

더 북쪽으로 이동하기 전, 이곳에 들린 단 하나의 이유는 현지의 음식 맛을 꼭 보고 싶어서였다.

이 레스토랑은 1800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역사가 긴 만큼 음식 맛도 훌륭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 Str. Conservatorio, 1, 43121 Parma PR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점심시간이 딱 되자마자 들어가니 운이 좋게도 자리가 있었다.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내부가 꽤나 컸다. 오래된 건물의 역사들이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나는 일부러 창문으로 밖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했다. 밖에 햇살이 좋았고, 지나가는 이들의 일상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창문 앞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레스토랑의 역사를 느끼며

Trattoria Corrieri에 오면 앉아서 음식만 먹지 말고, 꼭 레스토랑 안의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화장실은 꼭 가보면, 지하에 와인 보관장소와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프로슈토와 살라미를 얇게 자르는 기계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레스토랑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실내 장식에 손때 묻은 역사의 흔적들이 박물관처럼 되어 있었다.


#1. 와인과 빵

이탈리아에서는 식전 빵이 메인디쉬(Main Dish) 전에 나온다. 어느 식당이나 주는 빵이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한입 베어 물었다. 반전!!부드럽게 씹히고, 속이 하얀 식전 빵을 맛본 순간부터 다음 메뉴를 기대하게 되었다.

자, 그럼 와인 맛은 어떨까?! "이 와인 사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음~ 부오노 부오노(Buono buono*맛있다는 이탈리아식 표현)


#2. 살라미, 프로슈토, 치즈 그리고 파스타

기다리던 메인 메뉴가 나왔다! 일명 tagliere!

살라미와 프로슈토 모양이 대단하게 예쁜 건 아니어서 약간의 실망을 했지만 역시 맛이 중요한 것이었다. 내가 평생 먹어본 살라미 중 가장 연하고 쫄깃했다. 식감이 마치 마시멜로를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다음은 프로슈토를 맛을 또르따 프리따와 같이 먹었다. 이 빵은 한국말로 표현하면 공갈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속이 비어있는데 고소하고 부드러운 촉감. 프로슈토와 공갈빵이 함께 한다. 이건 무슨 조화일까?! 마치 삼겹살을 먹을 때 상추가 꼭 있어야 한다고 한다면 비슷한 표현일까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 취향 표현^^)

이번엔 조각 치즈를 맛볼 차례이다. 치즈는 Balsamico(발사미코)에 찍어서 먹는다. 이 치즈의 맛은 부드러운 과자를 먹는 맛이다. 치즈에 달콤함과 짭짤함이 함께 들어가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치즈와는 다른 맛이다. 숨어있던 혀의 모든 미각이 등장하는 순간!!!

마지막 오늘을 장식할 파스타로 Ravioli(라비올리)를 주문했다. 한국식 작은 만두라고도 표현되는데 파르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국기처럼 보이는 라비올리는 우리나라 떡 같아서 쫄깃쫄깃한데, 솔직히 앞에 너무 맛있는 살라미, 프로슈토, 조각 치즈를 먹어서 인지 큰 감동이 없었다.


#파르마의 맛을 가져가고 싶어요!

최고의 식당에서 최고의 맛을 보고, 바로 이 도시를 떠나기가 아쉬워졌다.

밀라노에 사는 친구네에 갈 때 선물할 겸, 한국에 이 맛을 가지고 갈 겸 해서 파르마 동네에서 유명한 프로슈토 가게를 방문했다. 이탈리아에는 동네별로 이렇게 프로슈토, 살라미, 치즈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동네 정육점 같은 곳으로 반찬을 산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Buon giorno라고 인사하며 가게에 들어서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살라미와 치즈를 사려고 줄서 계셨다. 치즈를 맛보고 싶어서 주인아저씨께 물어보니 몇 그람을 원하냐고 하면서 맛을 보라며 친절하게 치즈 조각을 건네주신다. 내가 방금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그 맛보다 더 맛있는 조각 치즈를 발견한 것 같아서 바로 구매를 했다.

프로슈토 한 덩어리, 살라미 한 줄, 조각 치즈 이렇게 계산을 하니 바로 집에 가서 맛볼 생각에 신났다. 한국에서 샀다면 10만 원을 훌쩍 넘었겠지만, 약 5만 원 정도로 든든한 양과 최고의 파르마 맛을 가족들과 함께 나눌 생각에 더욱 즐거워졌다.

진정한 프로슈토. 지방은 잘라내고 숙성시킨 부분을 얇게 잘라서 맛보면 된다.
옛날 방식대로 건조하고, 요리해서 먹을 수 있게 가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살라미와 프로슈토를 판매한다.

역시, 파르마는 음식이었다.

지역의 음식을 자랑스럽게 알리는 홍보물이나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 도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음식의 도시라는 도시브랜드 이미지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 숨어있는 가게를 찾아가는 재미와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이탈리아에 방문하는 한국 관광이 대도시 또는 잘 알려진 이탈리아도시에 많이들 가신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진짜 매력은 소도시에서 시작한다. 소도시 방문하시길 추천드리며 최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프르마에고 오셔서 내가 느낀 감성과 맛의 기쁨을 누리셨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오늘 숨은 그림 찾기

소문을 내는 것은 주인이 아니라 손님(고객)이다. 내가 아무리 일을 잘하고, 내가 만든 것이 좋다해도 그것이 손님에게 구매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해준다면 그것은 실패한 사업이다. 앞으로 나는 손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사장이 될 것인가. 그 작은 실마리를 파르마 식당과 맛에서 찾을 수 있었다.

CiaoCiao!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