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생각을 디자인해야 요점정리가 된다

요점정리의 기술

by 경제경영작가

‘디자인(design)’이란 단어는 라틴어 ‘데시그나래(designare)’에서 왔다. 데시그나래는 분리를 뜻하는 ‘de’와 기호를 의미하는 ‘signum’이 결합된 단어다. 이를 해석하면 ‘기호를 분리한다’이다. 글쓴이의 글은 기호와 같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그 책은 무슨 암호 같아.”



말 그대로 문장이 있지만 그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텍스트는 암호가 된다. 글쓴이는 말하고 싶은 것을 수많은 문장으로 보여 준다. 요점 정리는 글쓴이의 글을 분해하는 작업이다. 분해는 필연적으로 재구성을 수반한다. 그래서 요점 정리는 디자인이란 뜻을 담고 있다.



디자인의 의미만 봐도 그렇다. 디자인은 ‘설계한다’는 의미다. 요점 정리는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재설계하는 작업이다. 즉 요점 정리는 분해와 결합을 통한 재구성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냉장고는 꼭 네모 형태여야 할까?


글쓴이의 생각을 파악하려면 일단 내가 가진 고정 관념을 버려야 한다.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해 보자. 냉장고는 네모의 형태여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갖고 있으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까? 새로운 냉장고를 만드는 작업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요점 정리도 마찬가지다. 글쓴이가 쓴 텍스트의 의도를 파악하려면 일단 고정 관념을 버리고 글쓴이한테 몰입해야 한다. 같은 단어를 쓴다고 해서 같은 의미를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추억이란 단어를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에게 추억은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추억은 의미 없거나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을지 모른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난의 경험일 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글쓴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맥락을 파악해야 완벽한 요점 정리가 가능하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의 글도 아닌 내 멋대로의 요점 정리가 된다.



그렇다고 글쓴이의 생각에 너무 빠져 버리면 반쪽짜리 요점 정리밖에 되지 않는다.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자막을 본다. 자막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의 캐릭터를 우리에게 심어 준다. 자막이 없다면 분명 같은 내용이었는데도 다른 느낌일 것이다. tvN <삼시세끼>처럼 출연자들이 세 끼를 만들어 먹는 모습을 담아내는 예능 프로그램을 자막 없이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고양이나 개의 모습을 자막 없이 보여 준다면 어떨까? 그 동물이 있는지도 알아챌 수 없다.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TV 자막처럼 글쓴이에게 너무 빠지면 나만의 시각이 사라진다. 요점 정리는 주체성 있는 활동이다. 글쓴이의 생각을 일단 이해했으면 그다음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글을 보고 의미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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