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거의 20년에 가까운 커리어를 이어오며 수차례의 이직과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돌이켜보면 하나의 공통된 깨달음이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결국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던 선택들도, 시간이 지나면 꼭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얼마 전, 15년 전 첫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와 싱가포르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신입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가 문득 말했다. “그땐 왜 그렇게까지 참고 버텼을까?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걸 감내했던 것 같아. 정말 고생 많았던 시절이었어.” 그 말이 나는 참 깊이 와닿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이제는 할 말 하면서 살자.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를 보호해야 해.”
나 역시 깊이 공감했다. 신입이었던 시절에도, 지금처럼 많은 연차가 쌓인 시점에도, 결국 나를 지키는 건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내 감정, 내 경계, 내 가치를 가장 먼저 인지하고 지켜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사회생활 20년차에 가까워진 지금, 또 하나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산업에 남아 더 깊이 뿌리내릴 것인가, 아니면 익숙한 전통 금융업계로 돌아갈 것인가. 솔직히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억지로 스스로를 어떤 틀에 끼워넣기위해 애쓰려 하기 보다는, 흐름을 따르려 한다. 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내 능력을 믿는다는 점이다. 여전히 완성형은 아니지만, 나는 분명 성장하고 있다. 부족함보다는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스스로를 몰아붙이거나,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되지?” 하고 자책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의 길은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 외에도, 내 안에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더 이상 특정 회사의 특정 직함에만 나를 한정 짓고 싶지 않다.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그만큼 새로운 기회들도 끊임없이 생겨난다. 중요한 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내가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의 나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려 한다.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주어지는 기회에 감사하며 담담하게 나아가고 싶다. 어쩌면 모든 일에는 정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여기까지 와 있는 것도,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도, 결국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