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페이지의 기록, 두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전통 금융에서 블록체인 업계로 발걸음을 옮긴 이후, 나는 수많은 새로운 키워드들과 마주했다.
NFT, 메타버스, RWA, STO… 이름만 들어도 한 시대를 흔드는 듯한 멋진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많은 흐름이 생겨났다가 또 사라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속에 가장 깊이 뿌리내린 주제는 단연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적 발명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융이라는 오래된 구조의 본질을 다시 묻는 질문이었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힘처럼 다가왔다. 화폐란 무엇인가? 신뢰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자본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우리를 다시 멈춰 세우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다.그리고 오늘,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드디어 온라인 서점에 출간되었다.
물론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다룬 책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우리가 쓰고 싶었던 책은 조금 달랐다. 학문적 분석이나 투자자 관점의 전망이 아닌, 현업의 한가운데에서 직접 보고 겪은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산업 내부에서 목격한 거대한 비즈니스의 이동, 세계 자본의 흐름을 바꿔버린 변곡점들, 그리고 금융권에서 실제로
시도되고 적용된 생생한 사례들. 이 책은 그러한 장면들을 가능한 한 솔직하고 투명하게 담아내려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전문가로서의 선언이 아니라, 오히려 흐름 속에서 배우고, 흔들리고, 고민했던 시간의 기록이다. 수많은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늘 화두로 언급되지만, 정작 초보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설명해주는 책은 드물었다. 우리는 그 빈틈을 조금이나마 메워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 앞에 놓인 금융 혁신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온 날, 나는 가까운 지인 언니와 함께 작은 잔을 부딪치며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 겉으로 보기엔 단출하고 소박한 순간 같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책을 쓴다는 건 여전히 내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종종 헤맨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내 부족함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다. “감히 내가 책을 써도 될까?”라는 질문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사람들은 내게 묻곤 한다.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사느냐, 회사 일만 해도 바쁘지 않냐, 도전할 시간이 그렇게 많으냐.” 하지만 내 하루는 언제나 빠듯했다. 아이들, 일, 그리고 수많은 약속과 일정들. 그 속에서 원고를 써 내려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시간을 잘게 쪼개는 일뿐이었다. 결국 줄일 수 있는 건 잠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많은 문장들은 비행기 안에서 태어났다.
3만 피트 상공, 모두가 잠든 어둠 속에서, 좁은 이코노미석 불빛 아래에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공항 라운지에서 다음 비행을 기다리며 노트북을 열었고, 출장지 호텔방에서는 하루를 마무리한 뒤 조용히 글을 이어갔다. 아이들이 학원에 간 짧은 시간, 카페 구석에 앉아 문장을 쌓아가기도 했다.
물론 언제나 글이 술술 써진 것은 아니었다. 커서만 깜빡이고, 한 줄도 이어지지 않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번아웃이 몰려와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회의감이 나를 덮칠 때도 있었다.
아마 혼자였다면 이미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에겐 함께하는 공저 작가님이 계셨다. 이 업계에서 여성 리더를 만나기란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함께 글을 써 내려가며 서로에게 의지가 된 것은 무엇보다 큰 힘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그 고비들을 함께 넘을 수 있었다.돌아보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47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 무게는 단순히 종이의 무게가 아니었다. 지난 시간 동안 흘려보낸 마음, 고민,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배움이 고스란히 응축된 무게였다. 언젠가 한국의 오프라인 서점에 들러, 서가에 꽂힌 이 책을 직접 손끝으로 만져보고 싶다.
책이 세상에 나온 지금,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마음속에서는 또렷하게 대답한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때 느껴지는 묘한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달콤한 중독 같은 감정이다. 후회 없이 다 쏟아낸 뒤 찾아오는 홀가분한 해방감, 그 자유로움이야말로 나를 다시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인 것 같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통찰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대화의 시작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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