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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Sep 24. 2016

사표를 쓰는 사람들.

퇴사를 권하는 사회.

요즘 주변에 퇴사를 하는 지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퇴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사표를 직장에 내고 퇴사를 하게 될까요? 생계를 뒤흔드는 큰 결심이지만. 여기저기서 번져 나가는 현상황을 함께 고민해봅니다. 


저녁 10시 퇴근. 아침 8시 출근. 


 제가 경험했던 사무실 풍경입니다. 일을 하면서 저녁 6시가 넘어가면 자연스레 도시락 혹은 배달음식을 시킵니다. 살짝 졸리지만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남은 잔업을 해결해봅니다. 일을 하다 보니 9시가 넘어갑니다. 그리고 일을 황급히 마무리해보지만 10시는 가까워지고 이제 퇴근을 합니다. 


퇴근을 할 때 인사는 내일 보자 보다는 '있다가 보자'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시 아침에 출근을 하고 쳇바퀴는 무한루프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야근수당은 꽤 세게 나옵니다. 그래서 돈이 필요할 때는 야근이 나쁘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평일 주말 없이 일을 하다 보면. 돈을 쓸 세월도 없이 계속해서 반복만 이어져갑니다. 돈은 쌓이지만 내 생활에서 남은 것은 눈 밑의 짙은 다크 서클과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만 이어집니다. 


사무실의 풍경. 


 요즘에 청년실업이 만성화되어갑니다. 반대로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퇴사를 시작합니다. 반대로 기업에서는 '요즘 신입사원은 끈기가 없다'를 외칩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괴리감만 늘어가는 것은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무실의 풍경을 보면 동상이몽과 같습니다. 사무실 외부에서는 모두 이곳으로 들어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을 나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사무실을 제공해주는 기업 자체에서는 모든 게 불만족스럽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일을 잘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사무실에 들어왔으나 나가고 싶고. 또 이 현상을 지켜보는 기업에서는 한숨만 나옵니다. 좀 더 압축해서 이야기해보면. 현재의 상황은 사무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문제입니다.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나가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죠. 


퇴사자의 이유. 


사표를 던지게 되면 가장 먼저 경제적 타격이 옵니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비정규직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로 옮길 때마다 고용의 불안정성은 올라갑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GDP는 28000달러이지만. 그런 임금을 받는 것은 중견기업 이상 정규직에만 해당합니다. 그 외에 일하는 사람들은 턱없이 적은 임금에 시달리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위험하게 느껴지는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싶은 사람들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 역시 사무실을 체험하면서 내 삶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이유들은 단순히 끈기가 없다는 말 한마디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1. 내 삶을 찾고 싶다

2. 일에 대한 회의감

3. 사람에 대한 실망

4. 인격적인 자존심


나는 누구인가

퇴사에 성공한 사람들은 가장 먼저 내 삶을 찾고 싶고. 그 삶을 찾아내는 경우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그렇다면 내 삶에서 그 삶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 삶이라는 것은 내가 '나답게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이 인생이 목표였던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해서 바로 취업에 골인하는 코스로 옮겨 갑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지 양만 쌓여 있고 나 자신을 찾을 노력이나 시간, 환경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막상 취업을 하고 보니. 이것은 나를 위한 선택이 아닌 기업을 위한 부속이 되는 삶이었던 것입니다. 퇴사를 감행하게 되면 그전에 생각하는 것은 이직입니다. 하지만 이직을 해도 한국의 기업문화는 넓고 광범위해서 '그게 그거'라는 인상을 남겨주기까지 합니다. 반복되는 이직과 함께 실망만 늘어가기도 합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이민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이민은 더 어려움이 더해져 50% 정도는 한국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외국에서 정착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까지 더해져 내 삶을 외국에서 찾기보다는 종잣돈을 잃고 돌아오는 상황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픕니다. 


이 일은 왜 해야 하나? 허례허식.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며 힘든 것은 바로 허례허식입니다. 직장 예절이라고 하는 것은 막상 뜯어놓고 보면 이것은 일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윗사람의 기분을 맞춰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일을 하러 온 것인데. 반대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조직의 눈치를 보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일단 '까라면 깐다'는 식의 군대 문화는 우리의 기업 내부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의쌰의쌰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하는 척하는 '액션'이 가득합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 이런저런 의견을 이야기해보지만.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보고서는 왜 이렇게 많은지 문서 작성을 하다가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 추진력은 느려지게 되고. 이런 것들이 모이게 되면 일을 하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왜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해놓고 보면 무조건 다시 하라는 지시사항이 되돌아온다면 누가 일을 하고 싶을까요? 만약 이런 것들이 수평적 문화였다면 반론을 제기하고 여러 가지 개혁을 함께 도모해볼 텐데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절박함도 밀려옵니다. 


사람이 지켜워.. 


수도권에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회사도 많습니다. 그래서 출근길은 지옥에 가깝습니다. 지하철을 탈 때. 모두 한 곳을 향해 갑니다. 조금만 늦어도 지각이니 같은 출퇴근 시간에 답답한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힘겹게 회사로 달려갑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엔 다시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윗사람은 윗사람대로 힘이 듭니다. 도통 아래 직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열심히 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아래 직원들은 위의 상사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일을 시키더라도 합리적이지 않고. 직장 문화에 맞춰서 나를 개조하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입니다. 일과 관련 없는 회식까지 일정은 꽉 차 있으며. 휴가는 눈치를 보며 겨우 쓰기도 힘듭니다. 


사람은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힘을 발휘하고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말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란 말일까요? 사회적 동물이고 싶은데. 사람은 지겹기만 합니다. 결국 다시 한번 퇴사를 결심해봅니다. 


자존심 하나로 버텼는데.. 


 왜 하는지 모르는 일을 하게 되면 동기부여는 없습니다. 그냥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러한 상황을 견디는데 큰 에너지가 된 것은 '자존심'입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자존심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써 자존심도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하지만 반대로 그것으로 인해서 나갈 수도 없을 때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참기 힘든 이것은 인격적 모독입니다. 저도 매일 야근을 하면서 화장실 갈 틈 없이 일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출출해서 때우는 초코파이를 보면서 누군가 한마디 했습니다. 


먹기만 하지 말고 일 좀 하라고.


야근에 화장실도 못 가며 일을 하는 제게 되돌아오는 이야기는 가슴을 치게 하는 한마디였습니다. 초코파이 하나가 서러운 것은 군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능률을 위해서는 적절히 쉬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는 겪지 않았지만. 욕설과 폭언. 그리고 폭행과 추행을 당하고 상처받아 퇴사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결국 퇴사는 스스로가 선택했다라기 보다는 내몰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고 보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은 바뀌고 있는가? 


우리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문화는 느리게 바뀌기만 합니다. TV광고에서는 '사람이 좋다' '사람을 생각한다' '인재육성' '창의적 인재' 등을 외치지만. 막상 현실을 보면 놀랍기만 합니다. 강제로 해병대 캠프를 보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단체 행동을 통해서 기업의 부품이 되길 원합니다. 


어쩌면 외국의 기업 문화가 부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기업문화를 바꿔야만 이 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용기 있는 선택을 한다고 하지만. 그 뒤에 되돌아 올 경제적 불안과 후폭풍을 볼 때. 기업과 사회가 바뀌어야지 모두가 사표를 던지도록 유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실업과 늘어나는 퇴사자. 이 극단적인 두 가지는 우리 사회에 무언가를 알려주는 신호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대로 방치를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사람이 살기 힘든 곳. 기업을 운영하기 힘든 곳이 될 것이며. 힘들게 만들어온 우리 사회에 희망까지 사라지진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어려운 사회.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의 요구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일한 만큼 받고. 정당하게 쉴 수 있으며. 인간답게 대우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군대 문화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실행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립니다. 아직은 일부이지만 자신이 겪었던 악습을 폐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리더들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경직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악습을 발견하고 바꾸거나 탈출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바뀌어갈 준비가 되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퇴사 러시의 현상을 보고 일부의 문화로 폄훼해서는 안됩니다. 모두가 훌륭한 가장이고 가족이며.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힘들어한다면.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부당함을 놔두고 인정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점점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와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상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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