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겨울, 로보캅이 한국 극장에서 상영됐다.
그때 나와 형은 신문에 실린 광고를 보고 너무나도 그 영화를 보고 싶어했다.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중학생 형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로보캅은 아마 15세 이상 관람가였고 나는 아직 관람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결국 형과 나는 대신 하워드 덕이라는 영화를 봤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감상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까지 형과 단둘이 영화를 보러 간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 나는 12살.
그리고 지금 나는 50대에 접어들었다.
며칠 전 문득 하워드 덕이 떠오르면서, 형과 사이좋게 지내던 그 시절이 함께 떠올랐다.
지금도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는 마음은 변함없겠지만, 그 마음이 서로의 마음속 깊은 곳에 너무 오래 너무 깊게 감춰져 버린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