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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PM은 무엇에 집중해야 '가치'를 만들까

사실은 저도 잘 몰라서 적는 글

by 박세호

요즘은 AI 기술 덕분에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나 팁이 정말 많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PRD 작성 서포트 봇처럼 PM의 업무를 돕는 다양한 방안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고, 여러 AI 및 자동화 도구를 사용해 문서 작업 속도는 정말로 빨라졌다. 내 두뇌를 깊게 사용하지 않고도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느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든다. AI가 문서를 완벽하게 만들어줄수록, PM의 역할이 단지 '문서 전달자'로 축소되는 건 아닐까?




언제나 하는말이지만, PM의 본질은 문서 작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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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의 본질적인 업무는 "빨리 모든 디테일이 적힌 기획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PM은 "진짜 사용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작은 성공과 실패의 실험을 기반으로 큰 가치를 찾는 사람"이다.


그런데 만약 AI가 잘 짜인 PRD 초안을 뚝딱 만들어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PM은 AI가 채워준 디테일한 문서만 들고 팀원들에게 가서 "왜 이 로직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코어한 포인트를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AI는 수많은 데이터와 로직을 조합할 수 있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한 최종 결정의 논리"는 자동화된 문서로 판단할 순 없다.


이전에 이야기 했지만, PRD는 단순한 '요구사항 정의서'가 아니다. 진화하는 전략적 도구이자 협업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 문서를 통해 팀원 전체가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핵심인데, AI가 만들어준 문서로는 다른 팀원들을 설득할 논리가 부족해진다.


결국 AI는 문서의 형태는 완성해주지만, 문서 뒤에 숨어있는 맥락과 "우리가 왜 이것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가치를 PM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 PM은 머리가 아닌 손발만 가진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다. PRD가 계약서 대용이나 형식적 문서가 되는 순간, PM의 역할 자체가 축소되는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잘 하는 방법을 찾는 용기는 필요하다.


솔직히 어떤 방법이 완벽한 정답일까까진 나도 잘 모르겠다. 아니 앞으로도 완벽한 정답은 못찾는다. 우리 팀이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문제를 발견하는지에 따라 해답은 계속 달라진다. 숫자 3을 만드는 방법이 1+2일 수도 있고, 81/27일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우리가 더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기 위해, PM이 스스로 AI를 활용할 방안을 판단하고, 맹목적으로 따라하기 보단, 필요한 것들을 찾고 정리할 수 있는 '온도조절기 PM'이 되기 위한 전략을 세울 수는 있다.(온도 조절기 PM이란, 될 방법을 찾아보고 시도해보며 해결 방안을 찾는 마음가짐을 가진 PM을 의미한다.)




AI를 활용해야 하는 3가지 업무 정의 원칙


AI 시대를 현명하게 통과하려면, PM은 자신이 하는 일을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분류하고 AI를 활용하는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시간 적게, 뇌 많이 (PM의 전략적 의사결정, 가치 탐색)

PM은 호기심과 겸손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마음가짐으로 고객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에 집중해야 한다. AI는 기술적 이해(evals)를 통해 어떤 모델과 방식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


2. 시간 많이, 뇌 많이 (컨텍스트 얼라인먼트, 신뢰 구축)

팀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맥락을 공유하고, PRD의 코어함(Aperture/Discovery 단계)을 직접 정의하는 일은 PM이 해야 한다. AI는 PRD 초안의 데이터 리서치나 고려해야 할 법적/기술적 제약사항 등의 정보 탐색을 지원할 수 있다.


3. 시간 많이, 뇌 적게, 힘든 일 (반복적인 행정/점검 업무)

병목 지점 발견 및 제거는 PM이 해야 하지만, 일정 및 상황 점검(예: CX팀과의 합의나 타 팀 정보 전달의 정확성 점검), 문서 전달 형식 변환 등 비본질적인 업무는 AI가 지원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을 많이 쓰면서도 뇌를 적게 쓰는 힘든 일'(3번)부터 AI를 활용하여 줄여나가야 한다. 이 비효율적인 부분을 AI로 대체함으로써, PM은 '사용자의 문제를 이해하는' 코어한 업무(1, 2번)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AI는 PRD 작성 과정을 '대체'할 수 없다


PRD 작성에 있어서 AI는 연구를 돕거나 복잡한 내용을 정리하는 서포트 역할로는 유용하다. 하지만 절대로 PRD 작성 과정을 통째로 맡길 수는 없다.


그 이유는 PRD가 협의와 합의를 쌓아가는 문서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으며, PRD는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개선해 나가는 '진화하는 전략적 도구'여야 한다.


새로운 컨텍스트의 반영: PRD 작성 중에도 제품은 개선되고 시장 상황은 바뀐다. AI가 최초에 아무리 완벽한 문서를 만들었더라도, 협력하는 팀(예: CX팀)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견된 몰랐던 내용들이 지속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신뢰 기반의 협업: 문서는 인수인계 문서가 아니라 팀이 서로 신뢰하며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도구다. 문서화의 목적이 정보 유실 방지라면, 차라리 동료와의 페어링을 통해 업무 방식과 서비스 구조를 확인하고, 서로 신뢰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훨씬 지속가능한 방식이다.


이러한 전제—PM이 코어한 가치를 직접 정의하고, AI는 그 가치를 전달하는 데 병목이 되는 업무를 제거하는 데 집중한다—하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도구를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AI는 좋은 PM과 그냥 그런 PM을 더 명확하게 구분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고, 작은 과정들을 하나씩 밟아가며, 배운 것을 기반으로 개선해 나가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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