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자기소개를 해야할까요? 싫은데, 해야겠죠

벌거벗은 나를 마주하기

by bittersweet kiran

나는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 나에 대해서 꼭 정의를 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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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구든 세상에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은 온다.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꽤 오랫동안 스스로를 단련시켜왔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옆집 아주머니나 동네 삼촌이 “이름이 뭐야? 나이는?” 이라고 묻는 말에 엄마의 채근을 받아가며 대답하곤 했던 것이다.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지나 사회에 진출해서도 늘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은 빠지는 법이 없다.

심지어 이 브런치 스토리에도 작가소개를 작성해야지만 새 글을 쓸 자격이 주어진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명함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멋진) 어른은 아니라, 늘 자기소개는 내게 부담의 일종으로 다가온다.


나를 정의하는 말은 참 많겠지만, 간단하게 요즈음의 나에 대해 소개해 보자면, 나는 유학생이다.

태국의 한 대학에 석사를 지웠했고, 나같은 사람도 공부할 자격이 주어지는지, 덜컥 합격했다.(사실 합격하고 싶어서 준비하면서 벌벌 떨었다. 예기치 않았는데 덜컥 합격해버렸다 라고 소개하면 내 능력이 돋보이고 멋져보이는 것 같아 나도 이렇게 표현해봤다.)

나라는 사람을 “저는 비오는 날과 보라색을 좋아하고요~ 근데 요즘엔 사실 보라색보단 베이지색이 좋으네요. 아, 전 치킨을 좋아하고, 유튜브로 먹방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혼자 여행도 좀 해봤어요, 아, 아시아지역만 해당되긴 하지만요.”

라고 소개를 하면 “어~ 너 그래서 뭐 하는 사람인데?” 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만 같다.


그런데 사실, 누가 갑자기 “왜 그런 선택을 했어?” 라든가 “왜 그걸 좋아해?” 라고 물으면 당황하게 된다.

마치, 그 사람이 기대하는 답변을 해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에 시달린달까.

이삼초내로 동공지진을 겪으며 재빨리 나를 가장 멋지게 포장할 수 있는 어휘를 찾아 답변하려 한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아우라를 훔치고싶어 최대한 포장해봐도, 사실 속은 벌벌 떨고 있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편이지만 말이다.


Q. 당신이 석사를 지원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현실적) 저는 이 분야를 깊게 공부함으로써, 저의 경력과 학문의 밸런스를 맞추고 더 나아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A. (속마음) 아, 일자리도 없고 나이도 많아 더이상 한국에서 일하기 힘드네요. 솔직히 뽑아주지도 않고, 뽑힌다고 해도 그 월급에 어떻게 생활합니까. 석사를 따야지만 어디 지원이라도 가능하니까 돈들고 시간들어도 해야지 뭐 별수있나요. 사실 이 업계에서 일하기 싫을때가 많아요~ 근데 밥벌이는 해야하니까 당장 생각나는게 이거밖에 없는데 내가 뭐 어떡합니까, 사실 그냥 놀고만 싶은데영? 그래도 여긴 내가 바라는 슬로우라잎~ 뭐 그런거 할 수 있어보여서 그냥 이 도시에서 살고싶어서 지원한건데영, 저는 그다지 학문에 깊은 관심과 포부가 일도 없슴당~ 느그 한국인 학생 없제? 글로벌 다양성 뭐시기 지향하면 나 뽑아라~


뭐, 그렇게 됐다.

사실 자기소개란 언제 어느때 어떤 언어로 해도 늘 긴장되는 법이며, 상대방이 날 어떻게 바라볼지, 어떻게 해야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잘 모름에도

내가 믿는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그리며 상대방이 날 그렇게 인식했으면 하고 희망하는 바람이 모두 담긴 표현이지 않을까.


나에 대해 구구절절 길게 설명하자니 다시 한 번 벌거벗은 기분이 들지만, 그럼에도 늘 해야하니 어거지로 하게 되는 자기소개를 또 한 번 하며, 이만 마치겠다.

아차차, 저는 이제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