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에 상충관계가 있다
경제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흥미로운 명제가 있습니다. 바로 “물가는 오르면 실업은 줄고, 물가가 안정되면 실업이 늘어난다”는 단기적 상충관계(trade-off)입니다. 직관적으로 보면 이상하죠. 하지만 단기 경제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중요한 현상으로,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 정책은 늘 이 균형점을 고민합니다.
인플레이션(Inflation): 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실업(Unemployment):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태.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반비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곡선.
즉, 경기가 살아나 물가가 오를 때는 기업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아지고, 반대로 물가를 억제하려 긴축 정책을 쓰면 소비와 투자가 줄어 실업이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다고 해봅시다.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면서 기업 매출이 오르고, 기업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에 돈이 많아지니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기업 대출이 줄고, 소비자도 지출을 줄입니다. 물가는 안정되지만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투자를 미루기 때문에 실업률이 상승합니다.
실제로 1970년대 미국은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했는데, 동시에 경기침체로 실업도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경제학자들은 필립스 곡선의 단기적 유효성과 장기적 한계를 동시에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돈을 많이 풀면 일자리는 늘지만 물가도 같이 오른다”, “물가를 잡으려 조이면 일자리가 줄고 실업이 생긴다”는 겁니다.
일상에 적용해 보면, 금리가 낮을 때 취업 시장이 활발해지고 기업 공채가 많아지는 반면, 물가 상승률이 체감되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반대로 긴축이 심해지면 물가는 잡히지만 취업이 어려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죠.
정리하면,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에 뚜렷한 상충관계가 존재합니다. 경제 정책은 이 균형점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핵심입니다. 물가 안정만을 추구하면 실업이 늘어나고, 고용 확대만을 추구하면 물가가 불안정해집니다. 따라서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항상 “성장의 온도”를 조절하면서, 물가와 고용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