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지 못할 복권을 사는 이유

5천원으로 사는 희망

\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낮습니다.

한국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은 약 814만 분의 1입니다.

수학적으로 보면 ‘거의 불가능한 사건’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매주 수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사고, 복권 판매액은 꾸준히 증가합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확률 계산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경제적 요인을 함께 봐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은 확률의 과대가중(Prospect Theory)

행동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트버스키는 사람들이 매우 작은 확률을 실제보다 무겁게(과대) 평가한다고 증명했습니다. 로또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핵심 이유죠. “혹시 이번엔 내가?”라는 가능성이 심리 가중치로 불어나 버립니다. 극악의 확률 1/8,145,060이라도, 뇌는 숫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미디어에 노출된 당첨자 인터뷰·포스터가 가용성 휴리스틱을 자극해 “생각보다 흔하다”는 착시를 만듭니다.

실제로 로또 당첨자들은 무작위로 추출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 인터뷰를 보고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죠.

손실회피 성향

복권을 사지 게 되면 “이번 주를 건너뛰면 ‘놓치는 손실’이 생긴다”는 감정이 생깁니다. 이미 몇 주를 샀다면 매몰비용이 붙어 ‘그만두기’가 더 아깝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한 번이라도 복권을 사게 되는 것이죠.

근접실패(near-miss) 효과와 도파민

슬롯머신·로또류에서 ‘거의 맞을 뻔’한 경험이 오히려 재도전 욕구를 키운다고 합니다. 최근 연구는 근접실패가 쾌는 아닌데 의욕은 올리는 특이 반응(중뇌 도파민 경로)을 보인다고 보고합니다.

다시 말해서 1등이 아니더라도 그래서 ‘2등, 3등, 4등이라도 걸리면’ 본전이라도 찾았다 샏ㅇ각하며 다음 주 구매가 더 쉬워집니다.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다

복권은 저비용의 꿈이자, 소소한 이벤트성 소비(오락재)입니다. 주변 당첨 소식, 대형 당첨 뉴스 노출은 “나도 가능”이라는 신호 효과를 줍니다. 플랫폼·판매자는 의도적으로 당첨자 스토리를 강조해 이 가용성 편향을 강화합니다.

불황일수록 왜 복권에 손을 댈까?

실제로 경기 불황·실업률 상승과 복권판매의 양(+)의 상관을 보고한 연구들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한 분석은 실업률 1%p↑ 시 복권 매출 약 0.17%↑를 추정합니다(국가·시점에 따라 상이). ‘한 방 역전’ 심리가 경기순응적으로 강화되는 셈입니다. PMC

다수의 연구는 저소득 가구가 복권 지출을 위해 식료품·주거비 같은 필수지출을 줄이는 상황을 바로 이러한 상황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

편의점에서 매주 로또를 사는 김씨의 사례

이번에는 매주 로또를 사는 김씨의 사례를 경제학의 측면에서 해석해보겠습니다.

(1) 전통적인 경제학 시각

김씨가 매주 5천 원짜리 로또를 삽니다.

1등 당첨 확률: 약 1/814만

기대값 : (1등 확률 × 당첨금) − 지출 = 거의 0에 가까움

따라서 ψ=0(희망의 효용이 전혀 없다면), 김씨의 소비는 비합리적이고 김씨는 소비를 하지 않을 겁니다.
그 돈을 차라리 저축하는 게 낫다는 거죠.

(2) 실제 행동경제학 시각

그러나 김씨에게는 희망의 효용이 존재합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 추첨을 기다리는 설렘

“혹시 내가 된다면?” 하는 상상으로 힘든 일주일을 버팀

주변 사람들과 번호를 공유하며 나누는 재미

이 비금전적 만족감이 ψ>0입니다. 즉, 5천 원으로 꿈을 산다는 셈이죠. 따라서 김씨는 복권을 구매하게 됩니다.

---

로또는 단순히 숫자와 확률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학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건이지만, 인간은 확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작은 확률을 과대평가하고, 손실을 피하려는 본능에 끌리며, 근접 실패에서 희망을 키우고,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반복 구매를 이어갑니다.

또한 불황일수록 ‘한 방 역전’의 욕망이 커지고, 저소득층일수록 로또 지출 비중이 높아집니다. 이는 단순한 오락재 소비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 분배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결국 로또는 개인의 심리와 사회·경제적 구조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독특한 시장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씨의 사례처럼, 로또는 냉철한 기대값으로 보면 비합리적이지만, 심리적 효용을 고려하면 합리적 선택이 됩니다. 즉, 로또는 돈을 버리는 게임이 아니라 희망을 구매하는 소비 행위입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합니다.
� “당신은 이번 주 5천 원으로 무엇을 살 것인가 — 확률 814만 분의 1의 ‘희망’, 아니면 눈앞의 다른 확실한 행복인가?”

---